코인데스크코리아를 포함한 국내 블록체인 메이저 언론 5개사와 팩트블록, 해시드 등이 주관하고 서울시와 부산시가 후원하는 국내 최대 블록체인 행사 디파인(D.FINE)이 9월30일~10월1일 개최됩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디파인 주요 참석 연사들과 관련된 국내 전문가들의 기고문을 3차례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MIT 명예교수 실비오 미칼리(왼쪽), 암호화 기술의 선구자 데이비드 차움

여전히 시장에는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저마다의 출사표를 제시하며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프로젝트들은 각기 다른 콘셉트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제시한 솔루션의 기술적 우월성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꼭 언급되는 얘기가 있다. 바로 자신들의 기술력이면 ‘블록체인 트릴레마'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블록체인에서 트릴레마란 확장성(Scalability),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보안성(Security)의 세 가지 문제를 의미한다. 확장성, 탈중앙화, 보안성 3가지 요소가 얽혀 어떤 것을 선택해도 남은 한 가지 혹은 두가지 요소를 놓칠 수 밖에 없는 현상이 블록체인 트릴레마이다. 이 용어는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에 의해 언급되며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을 위한 핵심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비탈릭의 발언으로 인한 영향 때문인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적합한 기준을 블록체인 트릴레마 해결 등의 기술적 우수성으로 두기 시작했다. 또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프로젝트들이 ‘미래'에 자연스럽게 성장하여 결실을 맺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순수 지분 증명(Pure Proof-of-Stake)을 내세운 알고랜드(Algorand)


블록체인 트릴레마를 가장 전면에 내세운 프로젝트 중 하나는 바로 알고랜드이다. 알고랜드는 튜링상 수상자이자 영지식 증명의 권위자인 실비오 미칼리(Silvio Micali) MIT 명예 교수가 설립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이다. 알고랜드는 초창기부터 영지식 증명의 권위자의 플랫폼이라는 명성에 힘입어 약 11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더치 옥션 형태로 진행된 토큰 세일도 약 700억 원 규모로 종료되어 판매를 완료했다.

알고랜드의 기술의 핵심은 바로 순수 지분 증명 알고리즘이다. 기존의 지분 증명 방식과 마찬가지로 토큰의 보유량에 따라 블록 생성 노드가 될 확률이 높아지지만, 순수하게 스테이킹 수량과 ‘암호화 추첨’이라 불리는 무작위 선택만으로 블록 생성을 완료한다. 2단계로 진행되는 블록 생성 과정에서 선출된 블록 검증 위원 1천명이 작업을 처리하여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무작위 선출로 보안성까지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알고랜드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 플랫폼 런칭 후 약 3개월만에 시가 총액 50위권에 진입했다. 플랫폼 위에 탑네트워크, 오토이, 에셋블록 등의 약100여개 프로젝트들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플랫폼을 런칭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섣부른 평가가 불가능하지만, 현재보다 폭넓은 디앱 생태계를 구축해야지만 의미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프라이버시(Privacy) 보호를 내세운 엘릭서(Elixxir)


엘릭서는 암호화폐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이 설립한 플랫폼이다. 데이비드 차움은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인 이캐시(E-cash)를 발행한 암호화폐의 대부로 암호화 프로토콜 및 익명 통신 분야에 상당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데이비드 차움은 2018 컨센서스 싱가폴에서 빠른 전송 속도와 완벽한 프라이버시가 유지되는 엘릭서(Elixxir)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으며, 올해 8월에는 새로운 암호화폐인 프랙시스(Praxxis)를 공개했다. 데이비드 차움은 발표를 통해 엘릭서를 통해 모든 사람이 익명성을 보장받고 안전하게 메시지를 보내고 거래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자신이 고안한 기술을 통해 블록체인 트릴레마를 충분히 해결하면서도 프라이버시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엘릭서는 현재 메인넷을 출시하지 않았으며 퍼블릭 알파넷을 최근에 공개했다. 엘릭서는 프라이버시 중심의 메신저 기능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으로서 더욱 많은 사용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그 어느 애플리케이션도 자신들의 기술력을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편리한 사용성을 모두 고려하여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사용한다. 다른 블록체인 메시징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사용성에 대한 설득없이 기술력을 내세우는 현재의 상황이 앞으로 진정한 대중적 수용을 가져올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빼어난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트릴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내세우는 프로젝트 가운데, 기술적으로 검증이 어느정도 되었으며 업계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 직접 참여한 알고랜드와 엘릭서의 사례를 살펴봤다. 이들의 기술적 우수성은 이미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이하 맥킨지)는 이미 지난 1월 블록체인 산업을 진단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맥킨지는 블록체인 산업의 현재 위치를 도입기(pioneering)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발간한 1월 당시 맥킨지는 블록체인 기술은 안정적이지 않고, 확장성이 미약하며, 비싸며, 복잡하고, 규제되지 않았으며,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현 시점에서 되짚어 보면, 블록체인 기술은 위에서 언급한 알고랜드, 엘릭서의 사례처럼 더욱 기술적으로 뛰어난 프로젝트들이 문제를 개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입기에서 성장기로의 발전은 기술적 발전 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의 성장은 기술적 개선과 비즈니스 혁신이 공존할 때 찾아온다.


인터넷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현재의 블록체인처럼 인터넷 속도, 연결 안정성, 보안  등 많은 측면에서 한계점이 뚜렷한 기술이었다. 최초의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ARPANET의 네트워크를 통해 접속한 모뎀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56kbit에 불과했으며, 현재 인터넷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수치였다.

하지만 1972년 국제 컴퓨터 통신 학회에서 ARPANET을 최초로 공개 시연하며 첫 번째 ‘킬러 앱'인 전자 메일을 공개하여 통신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이듬해에는 파일 전송 프로토콜이 구현되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파일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인터넷은 빠르게 성장하여 현재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며 깊숙하게 자리잡았다. 

인터넷의 초기 사례를 비추어봤을 때, 기술의 개발 및 혁신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 사례 혹은 ‘킬러 서비스’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산업의 발전은 단순히 뛰어난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킬러 서비스가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었을 때 이뤄진다.

2019년 디파인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실비오 미칼리 교수나 데이비드 차움 등 거장들에게 묻고 싶은 것도 이 부분이다. 빼어난 기술 성장을 손수 만들어내고 있는 그들은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신혜 GBIC 파트너. 출처=이신혜

이신혜 파트너는 글로벌 크립토펀드인 GBIC의 파트너이자 블록체인과 분산 원장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회사인 Block72의 파트너를 맡고 있습니다.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mpany)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2016년 FitBit에 인수된 실리콘밸리의 결제 스타트업 코인(Coin)과 샌프란시스코 소재 핀테크 스타트업인 NerdWallet 등에서 사업개발과 운영을 담당했었습니다. 이신혜 파트너는 실리콘밸리에서의 경험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에 적용하여 유수 프로젝트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MBA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국민대학교의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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