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리브라 홈페이지 캡처
출처=리브라 홈페이지 캡처

 

페이스북이 리브라 블록체인 백서를 공개한지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주류 언론은 큰 관심을 보였고, 월가도 이 프로젝트를 "수십억 명의 삶을 개선해줄 프로젝트의 역사적인 탄생"이라고 칭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업계에 발을 들임으로써 블록체인이 정당성을 얻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대체로 ‘페이스북이 비트코인을 훔쳤다’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 어차피 리브라는 탈중앙화되지 않았고, 암호화폐도 아니라고 일축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페이스북이 백서를 발표한 덕분에 세계 각국 금융기관에서는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계획을 더 진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입법 기관은 블록체인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잘 받아들이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따라서 페이스북의 리브라 백서 발표는 블록체인이라는 소재를 주류 시장에 던졌으며, 앞으로 비트코인 투자에 중대한 발판을 마련한 사건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논의가 왜 ‘리브라가 진정한 암호화폐가 아닌지’에만 주목하고 있다. 비트코인 순수주의자들은 규제기관이나 입법기관이 리브라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결국 리브라는 ‘비트코인의 대항마’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작 비트코인은 규제기관과 입법기관을 우회하고 피해왔다는 사실은 이들의 안중에 없는 것 같다)

지금은 블록체인 업계 전체가 한걸음 물러나 다시 진용을 짜고 산업 자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다. 리브라 자체를 단순화하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행위는 블록체인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블록체인이 생겨난 이후 처음에는 신뢰가 필요 없는 탈중앙화된 불변의 공유 데이터베이스여야 한다는 식의 간단한 내러티브는 몇 년간 진화를 거듭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내러티브는 현실 세계에서 대단한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

이 글에서 말하는 암호화폐의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는 2017년부터 암호화폐 업계가 목이 빠지라 기다리던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institutions are coming)와는 의미가 다르다. 암호화폐의 제도화가 진전되면 투자금이 유입돼 인프라 개발에 쓰이면서 기존 암호화폐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비트코인에 투자가 늘어나는 건 훨씬 나중의 일이다. 마지막으로 암호화폐 산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자연히 블록체인 기업들이 따라야 하는 법과 규제 확립이 앞당겨질 것이다. 그러나 상업적인 수요를 맞추는 데 실패하거나 새로워진 시장과 투자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여러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소멸할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리브라로 인해 산업 전반이 앞으로 어떻게 제도를 갖춰나가고 기관은 어떻게 참여하게 될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출처=리브라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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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관이 보는 블록체인은 다르다


기관들은 이미 블록체인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메리엄 웹스터 사전은 블록체인을 ‘대규모의 탈중앙화된 공공 네트워크에서 동시에 사용되고 공유될 수 있는 정보를 담은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라고 정의한다. 지난 몇 년간 20쪽 정도 분량의 백서를 내고 출시를 준비하는 수많은 플랫폼이 2세대 혹은 3세대 블록체인을 자처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1세대 블록체인도 그 모습을 완전히 갖추지 못했다. 기존의 주요 블록체인들은 여전히 보안, 탈중앙화, 확장성 사이의 균형을 찾고 있다.

이러한 2~3세대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기존의 주요 블록체인 위에(Layer 2 솔루션을 활용하여)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대신, 새로운 블록체인이 되기 위해 길고 힘든 여정에 착수한 이유는 바로 기존 블록체인의 확장성 문제 때문이다.

대다수의 기존 블록체인들은 블록체인 트릴레마(Blockchain trilemma)라 불리는 보안, 탈중앙화, 확장성 사이에 확장성을 포기하였으며 이는 기존 블록체인 플랫폼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되었다.

최대 5000만명의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첫 번째 메이저 기업 프로젝트인 카카오의 클레이튼이 업계를 이끌어가기를 바라는 사람이 (특히 한국에) 많았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요구하는 엄격하고 비효율적인 원칙을 고수하여 혁신을 이뤄내는데 실패했다.(사실 프로토콜부터 그저 이더리움을 약간 수정한 버전에 불과했다) 초기의 열의는 사라져버린 것 같다. 또한, 블록체인 스타트업, 중견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들과의 파트너십도 매끄럽지 못했다. 특히 리브라가 발표된 이후로는 더 이상 주목을 끌지 못하게 됐다.

포브스의 보도를 보면 구글도 스마트계약에 집중한 암호화폐를 고려하고 있다. 리브라 토큰은 결제 토큰을 표방하고 있다.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고자 애쓰는 소유권이나 거래와 관련한 계약이 전체 금융 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 10~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포브스는 구글이 나머지 미발굴 분야를 개척하려고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기존 커뮤니티가 간과하는 분야를 혁신하는 주체는 여전히 대기업과 기관이라는 설명이 계속 유효하게 된다. IBM(하이퍼레저), JP모건(JPM 코인), 페이스북(리브라) 등은 모두 고정관념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기존의 아이디어를 엄선해 필요에 맞춰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시도다. 아직 성공한 이력이 없는 아이디어를 채택하는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기존의 암호화폐에서 필요한 아이디어만을 엄선하고 최적화하여 자신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려는 시도는 칭찬할 만하다.

따라서 IT 대기업과 금융 기관들은 블록체인 업계의 대세를 따르지 않고, 쉽게 채택할 수 있으며 수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쪽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어렵지 않게 채택(adoption)할 수 있으면서 수익을 낼 상업적인 기반(commercialization)을 갖춘 서비스는 기존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오르지 못한 영역이다.

- 프라이빗 블록체인 vs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 언급한 단순한 블록체인의 정의에 따르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 하이퍼레저, 쿠오럼, 코다 등 주류 프로젝트들이 허가형 시스템이고 따라서 탈중앙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정의에 따르면 이를 블록체인으로 분류할 수 없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도 인기가 없다. 그러나 IBM같이 프라이빗 블록체인 사업에 주력하는 회사들이 액센추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시스코, 인텔, SAP 등을 고객으로 유치하며 일반 대중은 접근할 수 없는 기관 간 데이터 공유를 위해 오픈소스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이렇게 하는 것이 유의미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주요 기업이 분산원장과 스마트계약(‘체인코드’)을 올바로 활용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시험도 해보지 않고 아무렇게나 플랫폼을 만들어놓은 뒤에 대기업이 합류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블록체인과 스마트계약을 보급하는 데도 이렇게 하는 것이 더 큰 공헌을 할 것이다.


- 상태 업데이트 vs 블록체인
리브라 블록체인은 IBM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블록체인의 개념을 한 번 더 바꿔놓았다. 리브라에서 창출되는 수익은 EOS 등이 채택한 위임지분증명(DPos) 메커니즘과 비슷하게 공유된다. 바로 이 점이 하이퍼레저와 리브라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다. 하이퍼레저는 채널에서 운영되고(단일 블록이 아니라 허가를 받은 개체만 합류할 수 있다) 리브라도 ‘거래 블록 더미’ 구조를 활용하지 않지만, ‘거래 내역과 상태를 기록하는 단일 데이터 구조’로 설계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일련의 블록’이라는 블록체인의 정의에 어긋난다며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 무려 10년 전에 정한 블록체인에 대한 정의와 기준에 얽매이다 보면 블록체인 기술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블록체인 산업은 영원히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오히려 DAG 같은 새로운 아키텍처를 통해 볼 수 있듯 더 새로운 분산원장기술이 기본 프로토콜에서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존의 아키텍처를 밀어내고 있다. 어쩌면 ‘블록체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한물간 말이 되어버린지도 모른다.


- 자산 기반 여부
위의 두 가지는 필요에 따른, 기술적 선호가 달라서 생겨난 논의였다. 반면 리브라는 암호화폐가 자산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한 논의에 꾸준히 불을 지폈다. 블록체인 기술이 주류가 되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암호화폐가 새로운 유형의 자산인 만큼 기존의 틀에 끼워 맞춰 설명하려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지만, 사실 암호화폐가 현실에서 보급되고 채택되려면 기존의 틀과 관점에서 명확하게 설명이 되고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신뢰의 부재는 블록체인 대중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분산원장기술은 아직 기술적으로 초기 단계지만, 거래를 검증하는 노드(채굴자)가 서로 신뢰하지 않아도 합의 메커니즘을 비롯한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믿는 한 안전하게 거래가 이뤄진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데이터 비용이나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희소식일지 모르지만, 대기업에는 수십억 달러 매출과 이윤을 보장해주는 전통적인 사업 방식이나 수년간 쌓은 평판이 위험해지는 것을 무릅쓸 만큼 대단한 매력은 아니다. 따라서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학수고대하는 것처럼 주요 기관들이 암호화폐 업계에 발을 들이는 일은 당장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관들은 적어도 겉으로는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인정하겠지만, 검증되지 않은 네트워크에 실질적으로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현재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전통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보면 현실 세계의 자산을 기반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스테이블코인과 증권형토큰판매(STO)가 첫 번째 토큰이 되었어야 한다. 우리가 특정한 철학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JP모건이나 리브라 등 기관들이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암호화폐들이 내건 핵심 원칙은 기존의 주요 암호화폐(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와 이데올로기적으로 매우 다르다. 문제는 대부분 암호화폐 투자가 탈중앙화의 이름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개인 투자자들에게서 나온 반면, 기관들은 암호화폐를 괜찮은 수익을 올리면서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현금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 모델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테더는 2014년 11월에 출시된 이후 의도한 대로 미국 달러와 1:1의 가치를 대체로 유지해 왔다. 출시된 후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출시한 지 5년이 지난 2019년 3월에 테더의 예치금이 100% 달러화가 아니라 법정화폐와 현금 대용 증권, 제3자 대출 미수금 등 여러 자산으로 구성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고도 달러화와 1:1의 가치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한 달 뒤에는 예치금 가운데 74%만 법정화폐 혹은 현금 등가물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테더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은 좀처럼 80%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암호화폐에는 기반 자산이 있을 필요가 없으며, 금본위제가 사라진 후의 법정화폐와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비트코인 같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스테이블코인 등 자산 기반 암호화폐와 STO를 먼저 도입했더라면 (암호화폐 자산을 실제 자산과 연결해서 신뢰를 쌓는) 전통적인 자산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암호화폐의 채택도 훨씬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두 개의 이데올로기가 암호화폐의 최종 단계로 수렴하면서 암호화폐 산업이 성장할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가 보게 될 암호화폐 최종 버전은 리브라 백서에 나온 대로 궁극적으로 ‘탈중앙화’하거나, 탈중앙화 증권형토큰 형태를 띠거나, 아니면 (이론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점차 구현되고 있는) 실제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비트코인의 형태가 될 수 있다.

출처=카일 김 제공
출처=카일 김 제공


2. 기관은 비들(BUIDL)보단 호들(HODL)


기관들은 일단 금보다도 금을 캐는 데 필요한 곡괭이와 삽을 공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리브라 백서 발표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투자에 시동을 걸리라는 기대가 널리 퍼졌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해서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사려고 줄을 선다는 말은 아니다. 대신 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곡괭이와 삽을 공급해왔다. 기관투자자가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닦는 데 주력한 것이다. 백트(Bakkt)의 시리즈A 펀딩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스타벅스 등이 1억 8300만 달러, 코빗의 지분 65%를 인수하는 데 넥슨이 쓴 8000만 달러, 에리스X의 시리즈A, B 펀딩에 피델리티와 나스닥 벤처스, TD 아메리트레이드 등이 4800만 달러, 코인베이스의 시리즈E 펀딩에 타이거 글로벌과 웰링턴, 앤드리센 호로비츠 등이 3억 달러를 투자했다.

대학교 기금을 비롯해 몇몇 주요 기관이 운영하는 펀드도 전체 기금 가운데 일부를 헤지 차원에서 암호화폐 펀드나 업체에 직접 투자했지만, 블록체인 인프라에 직접 투자되는 수억 달러에 비하면 그 액수는 훨씬 작다. ‘투자 제도화’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암호화폐 업계로도 자본이 유입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부(라이선스 승인), 인프라(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소/수탁업체), 월스트리트 은행(신뢰할 수 있는 분석과 플랫폼), 투자자(펀드 계약 변경과 가치평가 합의) 등을 포함한 여러 기관, 주체의 협업이 요구된다.

대안 투자 정보 지표를 제공하는 바클레이헤지(BarclayHedge)에 따르면, 2019년 1분기를 기준으로 헤지펀드에 투자, 관리되는 자산 규모는 3조 110억 달러가 넘는다. 이 가운데 1%만 암호화폐 시장에 흘러 들어가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현재 1900억 달러에서 급등해 3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도 현재 개당 1만1000달러 언저리에서 최대 160%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대로 상황이 전개되려면 선결 과제가 무척 많다.

월스트리트의 주요 기관들은 여전히 암호화폐를 위험한 자산으로 분류한다. 특히 피델리티나 JP모건, ICE(인터컨티넨털 익스체인지) 같은 기관들이 암호화폐 거래 기반을 닦는 데 주력하는 사이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기관이 비트코인을 얼마나 사들일지에만 관심을 두는 상황은 적잖은 오해를 빚고 있다. 기관들이 주력하는 부분은 예를 들면 스프레드나 커미션 사업 등 암호화폐 가격 변동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업이나 수탁 업무 등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기반이 되는 사업이다.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이미 다 갖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통적인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게 암호화폐는 여전히 투자에 필요한 규제나 시스템이 거의 갖춰지지 않은 자산이다. 예를 들어, 월스트리트 은행은 매우 엄격한 KYC(고객신원확인)/AML(자금세탁방지) 규정을 따라야 한다. 헤지펀드와 기관 기금운용 매니저들에게 주식이나 확정 이자수익 상품을 권고하는 은행 내 세일즈/트레이딩 부서 직원들은 고객이 암호화폐를 거래하거나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를 즉시 은행 내 규제담당부서에 신고해야 한다.

고객이 자산을 위험한 곳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은행 직원은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유명한 자산관리회사에 직접 문의해본 결과 투자자문들은 고객들에게 암호화폐를 언급하거나 추천하는 게 금지돼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헤지펀드 매니저 가운데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거나 투자를 권유하는 데 흥미를 보이는 이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블록체인 업계의 투자 제도화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호들(HODL)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기관의 돈은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된 반도체 제조사부터 채굴기, 거래소나 수탁업체 등 사업을 통해 현금 매출과 이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이나 인프라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 그렇다면 기관들이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도록 유도할 방안은 없을까?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암호화폐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투자자들의 합의를 도출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암호화폐 업계는 작업증명, 지분증명, 자산증명 등 다양한 합의 메커니즘에 관한 용어에 익숙하다. 그러나 정작 암호화폐가 가치를 지니는 기반이 무엇인지를 두고는 암호화폐 업계 전체가 오랫동안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블랙록이나 뱅가드, UBS, JPAM 같은 전통적인 자산관리회사와 헤지펀드들은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뭐라고 하든 전통적인 자산시장과 비슷한 점을 찾아 익숙한 방식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데이터와 가격변동 사이의 상관계수, 네트워크 가치를 평가하는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 이에 대한 합의를 늦지 않게 도출해내야 한다.

월스트리트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한 암호화폐는 전통적인 자산시장에 진입할 수 없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에서 높은 전문성과 많은 자본 없이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은 거래 데스크를 여는 일이다. 2017년부터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거래 데스크가 생겨났다. 그다음 단계는 월스트리트 기관들이 자산을 직접 연구하고 분석하는 리서치 데스크를 여는 일인데, 아직 암호화폐는 이 단계에도 가지 못했다. 리서치 데스크는 자산을 분석해 매수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면서 거래 데스크와 시너지 효과를 낸다.

현재 인터넷에는 암호화폐에 관한 분석이 수없이 많다. 그렇다고 해도 전통적인 시장참여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한 관계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매수 측 애널리스트들이 실제로 증명되지 않은 인터넷상의 분석을 채택할 리도 없다. 따라서 월스트리트가 암호화폐를 기관 등급 투자 자산으로 분류하고 관련한 교육, 지침, 합의된 투자 기준을 제공하지 않는 한 기관의 투자는 제한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월스트리트가 암호화폐를 기관 등급 투자 자산으로 분류하면 스마트계약으로 인해 백오피스 업무가 줄어들어 월가의 전통적인 투자은행 사업을 복제하는 업체들이 나타날 것이다.

비트코인의 제도화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까?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백서에서 개인끼리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전자현금 시스템이라고 비트코인을 정의했지만, 2~3년 전부터 비트코인은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이자 투자 대상으로써 금과 비슷한 매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시나리오처럼 JP모건 애널리스트가 블랙록의 매수측 애널리스트와 주간 회의에서 (현재 7조 달러 규모로 평가되는) 금 시장의 5~10%가 비트코인으로 유입되면 중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2만 달러, 최대 4만 달러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주간 거시 데이터 속 현금흐름을 근거로 설명하는 상황을 그려보라. 월스트리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수많은 애널리스트가 전망하기 위해 온체인, 오프체인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분석 틀을 정교하게 다듬어 사용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이 직접 자산을 분석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 비트코인의 이론적 속성을 강조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비트코인이 왜 이론적으로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는지 합의 알고리듬이 요구하는 생산 한계비용을 들어 설명하고 공급량도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고 수요 증가가 결국 공급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은 현실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할 수 있다.

전통적인 헤지펀드를 통해 비트코인을 합법적으로 살 수 있게 되면, 위에서 상정한 시나리오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투자 자문, 자산관리자에게 암호화폐 투자 수익률을 분석해 제공하는 리서치 데스크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이다. 다만 실제로 암호화폐 투자가 촉진되려면 명확한 수익 창출 계획을 담은 자산과 가치 지표에 대한 시장의 폭넓은 합의가 있어야 한다. 아직 금융 시장에서 암호화폐의 위상은 그 단계에 미치지 못했다.

출처=리브라 홈페이지 캡처
출처=리브라 홈페이지 캡처


3. 기관 암호화폐가 결국 대체할 것


리브라는 현재 세상에 나와 있는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가장 필요한 건 지속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리브라를 포함해 대기업이나 기존의 주요 기관이 발표한 블록체인을 보면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수익은 어떻게 창출하겠다는 분명한 계획이 서 있다. 이는 기존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었다. 리브라만 해도 리브라연합이 매출과 이윤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백서에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리브라 토큰과는 별도로 발행할 리브라 투자토큰을 판매해 초기 자본을 보유고에 유입한다. 리브라를 쓰기 위해 법정화폐로 리브라를 구매한 사용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이자를 창출하는 리스크가 낮은 자산’에 투자하게 된다. 리브라연합은 대규모 보유고를 활용해 평판 좋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를 아우르는 단기금융투자신탁의 역할을 해 수익을 올린다. 이어 리브라가 더 많이 사용돼 영업 레버리지가 높아지면 수익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현재 가격에 따르면 리브라는 출시와 동시에 코인마켓캡 기준 상위 20위 안에 드는 암호화폐가 된다. 리브라 백서는 리브라연합의 창립회원이 되는 요건을 리브라 투자토큰에 약 1000만 달러씩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건을 갖춘 창립회원은 리브라연합위원회(Libra Association Council)에서 투표권을 한 표씩 받는다. 회원사 한 곳이 가질 수 있는 최대 투표권은 1%다. 현재 창립회원의 면면을 보면 28개 회원사 가운데 4곳은 비영리 기관으로 투자 의무를 면제받는다.

나머지 기업 혹은 영리 기관 24곳이 최소 1000만 달러씩 투자한다면 리브라는 최소한 2억 4000만 달러에 이르는 보유고를 가지고 출범하게 된다. 이는 토큰의 시가총액이 최소한 2억 4000만 달러가 된다는 뜻으로, 시가총액은 리브라 블록체인의 시장 가치와 직접 연동된다. 리브라는 내년에 출시할 때까지 창립회원의 숫자를 10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면 리브라 블록체인은 시가 총액이 8억 6000만 달러에 달하는 토큰이 될 것이며 현재 가격 기준 전체 암호화폐 가운데 시가총액이 16번째로 큰 토큰이 된다.

… 아래의 몇 가지 시나리오가 결부되면 리브라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암호화폐도 될 수 있다.

1) 리브라가 2025년까지 글로벌 송금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보유고 규모도 50억 달러로 키운다. 


리브라는 백서에서 “글로벌하고 개방적이며 지속적이고 비용이 낮은 송금이 엄청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고 세계적으로 시장을 넓혀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토대로 리브라가 글로벌 송금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시장점유율 10%를 차지한다고 상정한 시나리오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개선이 가능한 국제 송금 시장은 소득이 높은 나라로 흘러 들어가는 돈을 포함해 지난해 7000억 달러 규모였다. 정부가 진입을 막고 있는 최대 송금 시장인 중국, 인도를 제외해도 개선할 수 있는 시장 규모는 50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글로벌 송금의 80% 가량은 소득이 높은 나라에서 높지 않은 나라로 흘러 들어간다. 이러한 돈은 송금이 된 뒤 곧바로 법정화폐로 환전, 출금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리브라연합이 송금이 완료된 뒤 돈을 인출하기 전까지 시간을 활용해 이윤을 남길 수는 있겠지만, 보유고 확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재판매자(reseller. 법정화폐로 리브라를 구매하거나 기저 자산을 받고 연합에 리브라를 판매할 수 있는 사람들)가 자체적으로 리브라 토큰 재고를 보유할 수 있으며, 거래마다 출금을 요청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보유고가 바닥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연합은 송금 시장을 통해 최대 이윤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좀 더 보수적으로 연합이 거래 수수료를 통해 보유고의 규모를 키우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오늘날 글로벌 송금 업체들이 부과하는 수수료는 5~11%(평균 7%)에 이른다. 리브라연합이 훨씬 낮은 수수료 2%(일반적인 암호화폐 지갑 수수료인 0.1%보다는 높지만, 기존 업체 가운데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페이팔의 2.9%보다는 낮은)를 부과한다고 가정하면 리브라가 수수료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연간 10억 달러 정도가 된다. 리브라가 예를 들어 첫 4년 동안 보유고에 이렇게 모은 수수료를 추가하면 창립회원 100곳에서 받은 투자금에 이어 추가로 이윤을 낼 수 있다.


2) 사용자당 지갑에 2달러만 있으면 리브라는 비트코인캐시(BCH)나 라이트코인(LTC) 등 개인 간 결제에 쓰이는 토큰을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송금 시장 외에 가장 큰 시장 잠재력은 리브라가 공개적으로 공표한 결제 통화에서 나온다. 리브라의 발표가 기념비적이었던 이유는 리브라연합 때문이기도 했지만, (2019년 1분기 기준 일간 활성 사용자) 24억 명에 달하는 세계 각지의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연계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백서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나(예: 누가 재판매자로 허가를 받을지) 리브라 토큰으로 진입하는 절차(예: 구글 플레이스토어 카드와 같은 절차를 밟게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장애물이 사라지고 나면 사용자 채택이 대폭 늘어나 리브라 투자토큰 보유자들의 수익성이 크게 오를 수 있다.


한국 벤치마킹: 전 세계에 5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한국 최대 메시징 플랫폼에서는 사용자의 절반이 결제 기능을 사용한다. 지난해 결제 기능을 활용한 거래량은 180억 달러였다. 오늘날 이 서비스는 친구에게 송금하거나 커피, 영화표 등을 사는 데 사용할 수 있고, 자동차세 같은 공과금도 납부할 수 있다. 평균을 내보면 사용자 한 명이 1년에 690달러를 거래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에 한국에서는 19억 건의 모바일 결제가 이루어졌고, 액수는 총 740억 달러에 달했다. 평균 일간 거래량은 결제와 송금을 합해 2억 200만 달러였고, 평균 거래 액수는 건당 38달러였다.


중국 벤치마킹: 한국의 모바일 거래(카카오페이)는 총 8억2000만 명의 모바일 사용자들 가운데 5억8000만 명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국 시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2018년에 전체 4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위챗이나 알리페이 등 제3자 플랫폼을 사용하는 비중이 90%로 약 38조 달러 규모였다고 발표했다. 친구 송금 등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 결제가 이루어졌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한 명이 1년에 지출하거나 송금, 거래하는 데 쓴 비용은 평균 6만4000 달러로 중국의 1인당 GDP보다 7~8배 많았다. 위챗이나 알리페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P2P 송금은 거시 데이터에 기록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이뤄진 총 600억 건에 이르는 모바일 결제의 평균 금액은 거래 한 건당 685달러로 한국보다 18배 높았다.


위의 사례를 바탕으로 리브라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보유고 규모는 10억 달러 가량으로 고정될 것으로 가정했다. 노드 운영 비용을 고려하면 리브라가 널리 보급되지 않으면 손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사용자가 늘어나고 P2P 현금 거래가 더 활발해지면서 리브라연합 회원들이 월릿에 2~5달러 정도의 리브라 토큰을 보유하고 있다면, 7~17%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보유고 규모는 50억~100억 달러 정도가 되고, 비트코인캐시나 라이트코인 같은 결제 토큰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이른바 현금 없는 사회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월릿 당 2~5달러 정도가 유지되리라는 예측은 보수적인 전망으로 리브라연합은 이를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점점 더 많은 가게와 상인이 암호화폐로 결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리브라 보유고의 규모는 스타벅스와 비슷한 정도로 가정했다(2016년 기준 스타벅스는 선불카드와 앱을 통해 총 12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사용자들이 리브라의 가치가 안정적으로 지속되면 리브라 토큰 보유자들은 구매를 위해 지갑에 토큰을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는 충전도 할 것이다. 그러면 점점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생태계에 진입하면서 보유고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1000만 달러 리브라 투자토큰 당 수익률. 출처=카일 김 제공
1000만 달러 리브라 투자토큰 당 수익률. 출처=카일 김 제공

3) 리브라를 결제 수단으로 승인해서 채택을 앞당기기 위한 연합회원들의 지지


현재 연합 매출의 1%만이라도 보유고로 전환할 수 있다면 리브라 투자토큰 보유자들은 7.1%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앞에 소개한 두 가지 시나리오는 외부에서 리브라를 받아들이고 채택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번 시나리오는 다르다. 리브라연합이 자체적으로 보유고를 키우기 위해 매출을 내재화하는 방법이다. 결제 토큰을 활용해서 상품과 서비스에 할인을 제공하려는 토큰들이 있다(테라, 코티, 페이프로토콜 등). 리브라연합 회원들은 이 모델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으며, 현금 환급과 할인에 이미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기업들은 사용자들이 리브라 토큰을 채택하도록 권유할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손익계산서에 마케팅 비용을 지출로 처리하지 않고 사용자들이 리브라 토큰을 사용해서 거래의 5~10%를 할인받거나 제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2018년에 우버가 영업과 마케팅에 쓴 비용은 매출의 28%인 32억 달러였다) 다시 말해 마케팅 비용으로 이자를 벌어들이는 것과 같은 효과(예: 보유고에서 투자한 저위험 자산에 2%의 이자)를 내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우버를 예로 간단한 계산을 해보자. 우버가 2020년까지 30억 달러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할 계획이라면(전액을 승객에게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는 데 사용), 리브라 연합을 통해 토큰을 발행하고 어차피 첫 번째 승객에게 제공하려던 현금 할인까지 같이 제공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즉시 지출될 예정인 현금 마케팅 비용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30억 달러의 2%인 6000만 달러). 업계 유수의 기업들로 꾸려진 창립회원들과 제휴사들은 리브라 토큰이 대부분 생태계 내에서 유통되고 서둘러 상환되지 않도록 관리해 보유고에 영향이 없도록 해줄 것이다. 그러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큰 회원들도 있기 때문에 생태계 내에서 창립회원들과 회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예를 들어 앞서 설명한 전략을 실행하는 회사가 우버 하나뿐이라면, 같은 양의 리브라 투자 토큰을 보유한 회원들은 가만히 앉아서 똑같은 이득을 보기 때문에 결국 우버의 인센티브는 줄어든다). 시간이 지나면 연합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다.


계속해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연합 회원들이 매출의 1%를 자발적으로 모아 리브라 토큰으로 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자. 2018년 기준으로 매출이 가장 높았던 10개 회사(마스터카드, 비자, 페이팔, 이베이, 스트라이프, 리프트, 스포티파이, 우버, 보다폰, 페이스북 광고 매출)의 매출을 모두 더하면 1350억 달러였다. 연합이 현재 28개 회원사에서 100개까지 회원을 늘린다고 가정하면(비영리기관 제외) 2020년까지 리브라 연합 회원들의 총 수익이 적어도 4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렇다면 매출의 1%만 전환되어도 10억 달러의 초기 비용을 포함해 보유고 규모가 50억 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 보유고의 이자 수익이 2%라면 참여자는 리브라 투자 토큰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해 71만 달러를 벌 수 있다. (수익률 7.1%, 아래 표 참조)

출처=카일 김 제공
출처=카일 김 제공

리브라는 알트코인의 가치 평가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리브라 토큰을 쓰는 실제 사용자들이 위의 예시처럼 수익 배분을 통해 이득을 볼 수는 없겠지만(리브라 투자 토큰 보유자들만 수익을 배분받는다), 수익을 내는 암호화폐가 등장하면 투자자들이 기존 암호화폐의 가치를 재평가하기 시작할 것이다. 매출이나 수익을 창출하지 않으면서 네트워크 가치를 가지고 거래되는 알트코인의 가치가 집중적으로 재평가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명확한 사업 모델이 없이 네트워크 가치만 보유한 수백 개의 암호화폐와 알트코인이 무너지기 시작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리브라가 성공한다면 다른 기업들이 이끄는 새로운 컨소시엄이 나타나 토큰 보유자들과 수익을 공유하고 경쟁을 심화할 수도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소수의 암호화폐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출처=카일 김 블록워터매니지먼트 매니징 디렉터 제공
출처=카일 김 블록워터매니지먼트 매니징 디렉터 제공

카일 김 블록워터매니지먼트 매니징 디렉터는 12년간 금융권에 종사하다 블록체인 업계에 뛰어든 전문가다. 그는 삼성증권에서 기관 에퀴티 세일즈를 담당했고, 모건스탠리에서 기관 투자를 위한 리서치를 맡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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