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암호화폐 업계 단체 대표들이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국제디지털자산거래소협회(IDAXA)를 만들기로 합의한 MOU에 서명했다. 왼쪽부터 쉬어런 대만 입법위원,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로널드 터커 오스트레일리아 전자상거래협회(ADCA) 회장, 토니 통 홍콩블록체인협회(HKBA) 공동회장, 앤슨 시우 싱가포르 암호화폐·블록체인 산업협회(ACCESS) 회장, 카노 유조 일본블록체인협회(JBA) 회장. 출처=V20조직위원회 제공

세계 각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 단체들이 국제 디지털자산 거래소협회(International Digital Asset Exchange Association, IDAXA)를 만들기로 29일 합의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V20  가상자산 서비스 공급자(VASP) 정상회의에서는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열렸다. MOU에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대만, 중국, 홍콩 등 7개 사법관할구역의 각 지역 협회의 대표들이 서명했다. IDAXA는 향후 일정 기간 동안 회원 규모를 늘려갈 예정이다. 정회원 자격은 각국의 무역협회와 VASP으로 제한된다.

MOU 내용을 보면 IDAXA는 현재 영국 런던에 '사기업'(private company limited)으로 등록된 상태다. 논의를 주도해온 이들에 따르면, IDAXA는 국경없는(borderless) 조직을 지향하지만 행정 편의상 등록지를 영국 런던으로 선정했다. 이들은 IDAXA가 실질적으로 출범하기까지는 적어도 두달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국제자금세탁방지위원회(FATF)의 새 권고안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하게 될 전망이다.

서명국들은 IDAXA의 설립을 통해 △VASP 발전을 위해 정부·규제당국과의 대화를 뒷받침하는 협력 체계를 꾸리고 △업계 내 폭넓은 정보 교류를 지원하며 △정책과 각종 조처를 개발·추진하고 △업계 인지도와 경제적 가치를 진작시키며 △글로벌 산업 규제를 준수한다는 데 합의했다.

로널드 터커 오스트레일리아 전자상거래협회(ADCA) 회장은 "전세계 가상자산 서비스 공급자(VASP) 업계를 대표해 국제자금세탁방지위원회(FATF)의 새 권고안 등 가상자산을 둘러싼 국제적인 규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앤슨 시우 싱가포르 암호화폐·블록체인 산업협회(ACCESS) 회장은 "예전에는 각 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해야 했다면, 지금은 각국의 협회가 국내에서 대응하는 구실을 하고 있고, 앞으로는 국제적인 대응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6월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V20 가상자산 서비스 공급자(VASP) 정상회의가 열렸다.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이틀 동안의 일정을 마치고 29일 폐막한 일본 오사카 V20 가상자산 서비스 공급자(VASP) 정상회의에 참가한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업 관계자들은 FATF의 새 권고안과 관련한 글로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메리베스 뷰캐넌(Mary Beth Buchanan) 크라켄 고문변호사는 “새 권고안 이후 거래소들은 국가를 막론하고 함께 연구해나가야 할 영역이 있다. 안전한 송금 기술을 갖춰야 하고 송금 때 거래자들의 신분을 확인해야 하는 등의 과제가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앤슨 시우 싱가포르 ACCESS 회장은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FATF 회의 때도 업계 사람들이 대거 달려갔지만 그때만 해도 공동 대응의 필요성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이번 행사에선 업계가 함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V20 행사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오사카에서 개최한 의미가 크다는 반응도 나왔다. 쉬위런(許毓仁, 영어명 Jason Hsu) 대만 입법위원은 “G20 정상회의는 세계 주요국 정부들이 모이는 중앙화의 상징 같은 행사”라며 “그들이 무역전쟁의 현재를 토론하는 동안 우리는 바로 옆에서 탈중앙의 미래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V20 행사가 열린 오사카 힐튼 호텔에는 G20 행사에 참석하러 온 세네갈, 오스트레일리아, 터키 등 나라의 일부 대표단이 묵고 있었다.

2019 오사카 V20 정상회의에서 각 VASP만 참여한 워크숍 결과가 정리된 내용. 향후 업계의 공동대응 방향과 계획 및 절차가 담겨있다.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V20 행사에서는 FATF의 새 권고안과 각국의 입법과 관련해 관련 당국과 VASP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한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일부 토론은 매체에 공개되지 않은 채 ‘당국-VASP 논의’ 형태로 이뤄졌고, 일부 토론은 당국까지도 배제한 채 VASP 끼리만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 탓에 큰 진전을 보기는 힘들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FATF 권고안대로 이행하려면 거래소 간 송금 등의 과정에서 확인 과정을 지원할 제3자, 혹은 중개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경이 없는 암호화폐의 경우 전 세계 모든 암호화폐 취급업소들이 모두 동의 및 협조 해야는데,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거나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드는 대목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그 부분에 대한 토론이 많이 있었지만, 현 단계에서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을 결과로 내놓기보다 큰 틀에서의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 허백영 빗썸 경영위원(전 대표, 한국블록체인협회 암호화폐거래소 운영위원장)

이틀 동안 V20 행사 전체 사회를 맡은 미래학자 마크 페쉬(Mark Pesce)는 “참가자들 중에는 이미 FATF 권고안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거나 연구중인 회사도 있었다”라며 “그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계속 개발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는 결코 제로(0) 그라운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8일 오사카 V20 정상회의. 왼쪽부터 톰 네일런 FATF 고위정책분석관, 로저 윌킨스 전 FATF 회장, 미무라 아츠시 일본 재무성 부재무관.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이번 V20 행사에서는 지난주 발표된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구상인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한 언급도 다양하게 이뤄졌다. 로저 윌킨스 전 FATF 회장은 “리브라는 ‘게임채인저’(Game Changer)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일반 법정화폐와 경쟁할 수 있는 압도적인 통화가 될 수 있다”며 “단, 페이스북과 연관된 것은 PR면에서는 재난이다. 페이스북이나 저커버그와는 분리돼야 한다. 그 인프라를 이용하고 싶겠지만, 소유되거나 관리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에는 코인베이스, 크라켄, 비트파이넥스, 비트플라이어 등 세계 주요 거래소들과 한국블록체인협회와 싱가포르 ACCESS, 오스트레일리아 ADCA, 일본 JBA와 JVCEA, 등 각국의 관련협회, 글로벌디지털금융(GDF) 등 국제 단위 관련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또 FATF 관계자들과 각국 국회의원 등 공공부문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 기사 수정(5시30분) : 이 기사는 애초 IDAXA 관련 MOU 체결 관련 소식만 전하고 있었습니다.  추가로 확인된 MOU 내용과 V20 정상회의 행사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김외현 13년 동안 한겨레에서 정치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고, 코인데스크코리아 합류 직전엔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습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 환경을 경험했으며, 새로운 기술과 오래된 현실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에서는 중국을, 대학원에서는 북한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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