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S는 식별이 힘든 이더리움 주소 대신 단어를 쓰도록 하는 서비스다. 출처=브랜틀리 밀리건 제공

이더리움 지갑 주소는 길고 알아보기 힘들다. 숫자와 알파벳 대소문자가 뒤섞인 수십개의 글자를 보면, 이걸 외울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내 주소를 못 외운다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ENS(Ethereum Name Service)의 문제의식이 출발하는 지점이다. 간단한, 외울 수 있는, 의미있는 주소를 만들자는 것. ENS 홈페이지에선 이를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이름’(Human-readable names)이라고 표현한다. ENS의 개발자 소통을 담당하는 브랜틀리 밀리건은 이드콘 첫날인 27일 ENS의 운영 체계를 설명할 예정이다. 17일 태평양 건너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그와 원격으로 만났다.

-제목이 ‘ENS가 없다면 당신의 댑은 끝난 것이 아니다’(Your dapp isn't finished without ENS)라고 돼있다.

“모든 댑이 ENS를 채용해서 사용자 친화적이 돼야 한다는 내용의 발표가 될 것이다. 인터넷도 DNS로 변환시키지 않고 IP주소를 계속 썼다면 지금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더리움이나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이름을 붙여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DNS가 인터넷 주소에 했듯이, ENS도 이더리움 주소를 '사람의 언어'로 바꿀 수 있다. 출처=브랜틀리 밀리건 제공

-이더리움 주소가 복잡해진 이유는?

“다른 암호화폐 주소들과도 마찬가지인데, 주소가 고갈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많은 경우에는 이더리움 주소를 사용자들에게 보여주지 않도록 설정하는데, 그보다는 사용자로부터는 이더리움 주소를 완전히 감추고 ENS 이름만 보이도록 해야 한다.”

-ENS 시스템은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나?

“ENS 자체는 이더리움 기반의 오픈소스 스마트계약이어서, 누구나 쓸 수 있다. 다만, 싱가포르에 트루네임스(True Names Ltd)라는 비영리법인이 ENS를 관리하고 있다. 나도 트루네임스 소속이다. 트루네임스가 비영리법인인 이유는 현재 이더리움 재단에서 받는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ENS는 이더리움 생태계의 기본적인 인프라라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ENS로 생성되는 이더리움 이름에 대해 연간 5달러의 이용료를 받는데, 장기적으로는 운영 비용을 이런 이용료에서 충당하려고 한다. 남는 돈은 지원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어차피 투자받은 곳도 없다.”

-ENS는 어떤 형태로 돼있나?

“인터넷 주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eth로 끝나는 형태다. 다만 DNS 서비스공급자들처럼 어떤 이름을 쓸 수 있는지 여부를 관리하지 않는다. DNS는 여러 형태의 인프라가 필요하고 많은 기업이 DNS서버를 관리한다. ENS는 이더리움 스마트계약이 이를 대체한다. 현재는 루트키 보유자 7명을 두고 이들이 전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장기적으로 시스템이 원활해지면 이런 장치도 없애려고 한다.”

브랜틀리 밀리건.

-장기적으로 시스템이 원활해질 때를 따로 생각한다는 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뜻인가?

“지금도 잘 돌아가고 있고, 어떤 버그도 없다고 자신한다. 다만 ENS는 중요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의 여지는 남겨놓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이용자들이 지갑을 생성하지만 이더리움 주소는 전혀 볼 수 없고 그런 게 존재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미래다. 그냥 ENS로 생성된 ‘이더리움 이름’만 알고 그것만 쓰는 체계다.”

-현재 ENS의 과제가 있다면?

“아직 많이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애초 경매 시스템을 즉시 등록 시스템으로, 예치금 체제는 연간 이용료 시스템 바꾸는 등 ENS를 개선시켰다. 그밖에도 해커톤의 상품을 후원하고, 각종 회의에 참석하는 등 다양한 협업을 도모하고 있다. 이드콘 참석도 그런 노력 중 하나다.”

 

김외현 13년 동안 한겨레에서 정치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고, 코인데스크코리아 합류 직전엔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습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 환경을 경험했으며, 새로운 기술과 오래된 현실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에서는 중국을, 대학원에서는 북한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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