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 2017년 6월 설립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는 후발주자다. 그럼에도 바이낸스는 설립 42일만에 거래량 기준 전세계 10위 거래소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반 년 만에 글로벌 거래량 1위 거래소로 등극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오랜 겨울을 나고 있는 지금도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찍이 규모를 키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미국 달러화를 비롯한 법정 화폐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반면 몰타에 근거지를 둔 바이낸스는 우간다와 영국령 저지, 그리고 호주 법정화폐를 이용한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마저도 지난해 10월 첫 선을 보였다. 이런 바이낸스는 어떻게 단시간에 세계 최대 규모 거래소가 될 수 있었을까?

창펑 자오(Changpeng Zhao) 바이낸스 대표는 4일 오후 코인데스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법정화폐 마켓을 갖고 있는지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성장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바이낸스가 빠르게 성공한 건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 덕분”이라고 말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대표가 4일 오후 서울시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바이낸스 제공.

 

자오 대표는 “당장 비트코인 가격이 갑자기 상승한 지난 며칠 바이낸스의 거래 주문도 갑자기 늘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처리해 냈다”고 말했다. 자오 대표는 “또한 바이낸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한 번도 해킹을 당한 적이 없다는 점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글로벌 대형 거래소들에 비해 바이낸스의 보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말에 "이용자들이 일단 거래소 웹사이트에 접속해 뭐든 둘러보게 만들려면 첫 단계(initial step)를 간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이메일 주소만으로 가입할 수 있게 한 것이지, 유의미한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를 하려면 다른 어느 거래소보다 엄격한 신원인증(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자오 대표는 이어 “바이낸스는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는 가장 먼저 양질의 고객 서비스(CS)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낸스 등장 이전까진 고객이 거래소에 문의를 넣은 뒤 2주 동안 가만히 기다리는 게 기본이었다. 심하면 두 달을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한 채 기다려야 했다”며 “반면 바이낸스는 운영 초창기부터 고객 문의에 늦어도 하루 안에 답변하려 노력했다. 한시간도 안 걸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운도 따랐다. 바이낸스는 적기에 사업을 시작했다. 바이낸스가 시장에 진출하자마자 암호화폐 붐이 일었다. 하지만 우리도 노력을 많이 했다. 정말 열심히 일하는 팀이 있었다. 예를 들어 취급 암호화폐 종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임에도, 불량한 프로젝트를 상장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덕분에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이 바이낸스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자오 대표가 말하는 바이낸스의 가치는 무엇일까. 자오 대표는 인터뷰에 앞서 이날 오전 제2회 분산경제포럼(Deconomy 2019)에서 “사람들은 바이낸스가 거래소라고 여기지만 거래소 그 이상이다”라며 “바이낸스가 사업을 하는 목적은 돈(화폐)의 자유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종으로서 우리는 스스로와 다른 이들을 돌보는 데에서 만족감을 얻는다. 이를 위해선 화폐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병철 기자

 

자오 대표는 “암호화폐는 다기능 도구(multi-functional tool)”라며, “오늘날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암호화폐로도 모두 할 수 있다. 하지만 돈으로 할 수 없는 일 가운데 암호화폐로는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1원 이하의 마이크로 규모 결제나 거래, 해외 지불, 암호화폐 공개(ICO) 및 암호화폐 거래소 공개(IEO)를 통한 다국적 펀드 레이징 등이 그렇다.

“아주 많은 사용 사례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각각의 규모가 너무 작다. 하지만 잠재력은 분명하다고 본다. 또 어느 영역에서 암호화폐의 의미있는 사용 사례가 나올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누가, 그리고 언제 정말 사용하기 쉬운 어플리케이션을 내놓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암호화폐 산업의 선수(player)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 두고 싶다.”

자오 대표가 강조하듯 바이낸스는 거래소 사업 외에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바이낸스 랩, 선발된 개발자를 조건 없이 지원하는 펠로우십 프로그램, 교육 콘텐츠 제공 웹사이트 바이낸스 아카데미, 암호화폐 지갑 트러스트 월렛, 신규 암호화폐 프로젝트 소개 플랫폼 런치패드 등이 모두 자오 대표가 말한 준비 과정에 해당한다.

거래소는 여전히 바이낸스의 핵심 비즈니스다. 자오 대표는 지난 1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법정화폐 거래가 가능한 거래소를 10개국에 추가로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4일 분산경제포럼에서는 “이달 안에 싱가포르 현지 거래소를 오픈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법정화폐와 연동된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오 대표는 이를 위해 싱가포르 현지의 은행과 지불 서비스 기업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금융기관들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냈냐는 물음에 자오 대표는 "싱가포르 정부가 매우 엄격한 규제를 하고 은행들도 몸을 사린다. 그러나 그들은 블록체인 산업이 곧 미래라는 사실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그 덕분에 논의가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모든 걸 디지털화(digitize everything)하려는 현지 기관들의 강한 의지가 바이낸스의 싱가포르 진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오 대표는 “바이낸스는 우리를 환영하는 정부가 있는 곳에서만 비즈니스를 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한국에서의 거래소 사업 계획을 묻자 자오 대표는 "바이낸스를 환영하는 국가에서만 사업을 한다는 건 곧 명확한 규제가 있는 국가를 선호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장기적 사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안 된다고 하면 안 한다. 규제 당국이 함구하고 있는 상황 역시 원치 않는다. 우리는 '예스’라고 말하는 규제 당국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바는 명확하다. 암호화폐 거래에 적합한 은행 계좌만 열린다면 바로 진출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정부와 은행이 언제 마음을 바꿀지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아시아에서 일본이 가장 먼제 명확한 규제를 만들었고, 싱가포르 규제 당국이 일본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과 아프리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경제 부흥을 원한다면, 경쟁으로부터의 압력이 언젠가 분명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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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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