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s ShapeShift Exposé Overstated Money Laundering by $6 Million, Analysis Says
이미지=코인데스크 자료사진

 

암호화폐 거래를 취재하고 분석해 보도할 때 돈세탁에 관련된 사안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분명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이다.

지난해 9월 <월스트리트저널>의 암호화폐 거래소 셰이프시프트(ShapeShift)에 관한 보도도 그랬다. 제목부터 "암호화폐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검은돈"이었다. 기사 내용은 여러 범죄 조직이 거래소 셰이프시프트를 통해 적어도 900만 달러, 우리돈 1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세탁했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보도 내용에 반박했던 셰이프시프트 측은 정확한 사실을 밝히겠다며, 블록체인 분석 업체 사이퍼블레이드(CipherBlade)에 자세한 분석을 요청했다. 사이퍼블레이드는 셰이프시프트의 2018년 자산 및 거래 보고서를 독립적으로 분석한 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너무 나갔다'고 밝혔다.

셰이프시프트 거래소를 거쳐 간 자금 가운데 문제가 될 만한 검은돈으로 의심되는 돈의 액수는 300만 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사이퍼블레이드와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에 이렇게 큰 차이가 난 원인은 분석 방법에서 찾을 수 있다. 사이퍼블레이드는 돈세탁을 거친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돈만 떼어내 집계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돈세탁을 거친 정황이 보였거나 검은돈으로 의심되는 돈이 든 계좌, 관련 지갑에 든 돈은 모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다 포함했다. 사이퍼블레이드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출처가 분명하지 않거나 검은돈으로 의심되는 자금이 세 번 이내로 돌아 셰이프시프트의 이더리움 지갑 주소로 전송된 경우를 살펴봤다. 그런데 셰이프시프트가 이렇게 해서 받은 이더(ETH) 가운데 검은돈이라고 볼 수 있는 금액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돈을 다 돈세탁을 거친 검은돈으로 계산해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900만 달러의 23.53%에 해당하는 금액이 전부였다."

(도둑질로 훔친 돈 3만 원을 포함해 지갑에 총 9만 원이 있는데, 사이퍼블레이드는 이 가운데 훔친 돈 3만 원만 문제라고 본 것이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둑이 들고 있는 지갑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그 안에 든 돈 9만 원이 다 문제라고 본 것이다.)

가장 큰 문제가 된 이더 외에 비트코인도 40개 더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셰이프시프트의 암호화폐 지갑 주소 가운데 의심스러운 주소들을 골라내 보도했고, 셰이프시프트는 자체 조사를 거쳐 문제의 지갑에 든 비트코인 40개가 세탁된 검은돈으로 보인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 비트코인 40개를 더하더라도 여전히 셰이프시프트 거래소에서 발견된 검은돈의 액수는 300만 달러에 못 미친다.

코인데스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분석 방법론을 비롯해 결과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물었다. 사이퍼블레이드와는 접근법이 달랐다는 답이 돌아왔다.

"검은돈이 든 지갑 자체를 골라내는 것과 그 안에 든 돈 가운데 돈세탁을 거친 검은돈만 가려내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작업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착수했던 탐사보도 프로젝트와는 방법과 절차, 그에 따른 결론도 다를 수밖에 없는 분석이었을 것으로 보이며, 우리가 직접 그런 식으로 자료를 분석하고 검토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결과에 대해 논평할 것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 대변인이 보내온 답변이다.

그러나 돈세탁이 의심되는 검은돈의 비중이 설립된 지 5년이 된 셰이프시프트 거래소가 취급하는 전체 거래량에 비하면 아주 작다는 데는 양쪽 모두 동의할 것이다. 실제로 셰이프시프트의 CEO 에릭 부리스(Erik Voorhees)는 지난 2017년 셰이프시프트의 월간 거래량이 3,030만 달러(우리돈 342억 원)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검은돈의 비중이 크지 않으니 별문제가 아니라고 섣불리 말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 코인펌(Coinfirm)의 CEO 파웰 쿠스코스키는 사실 셰이프시프트에서 정확히 암호화폐가 얼마나 돈세탁된 검은돈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그래서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셰이프시프트가 지난해 10월에서야 고객신원확인(KYC) 절차를 통과한 고객만 거래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서 오가는 돈을 누가 누구에게 보내는 건지 확인할 길이 없는데, 그 돈이 어떤 돈인지 무슨 수로 가려낼 수 있겠나? 고객신원확인 절차를 처음부터 마련해둔 거래소에만 인가를 내줘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쿠스코스키의 말이다. 문제가 되는 지갑 자체를 다 솎아내는 것과 그 안에 든 돈 가운데 검은돈으로 의심되는 돈만 확인하는 방법 가운데 더 나은 분석법을 묻자 쿠스코스키는 여기에도 명확한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거래에 관여한 당사자와 조직에 대한 복합적이고도 치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돈세탁 가능성을 측정하는 여러 가지 원칙을 세우고 기준을 적용해 지갑 자체가 문제인지, 아니면 지갑에 든 돈 일부만 문제인지를 가려내야 할 것이다."

코인펌이 자체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분석해 평가한 보고서를 보면 셰이프시프트는 돈세탁 방지와 규제 준수 측면에서 "고위험" 거래소로 분류돼 있다. 고객신원확인 절차가 지난해 10월에야 도입됐고, 그 전까지는 누가 거래소를 이용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쿠스코스키는 일반 은행의 경우 관련 계좌가 돈세탁에 연루된 것으로 판명되면 이후 오명을 벗고 신뢰를 회복하는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 과정에 보통 몇 달은 걸린다면서, 셰이프시프트가 뒤늦게라도 고객신원확인 절차를 도입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어쨌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규제 당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셰이프시프트의 법무 책임자 베로니카 맥그레거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이 문제를 보도하기 몇 달 전부터 셰이프시프트는 이미 디리스킹 절차를 밟아 왔다고 설명했다.

"셰이프시프트는 사법 당국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미 규제를 지키고 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조하려고 노력하는 거래소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고객신원확인 절차를 공식적으로 도입한 시점이 좀 늦었다고 그전까지 우리가 사기나 의심스러운 거래, 검은돈으로 추정되는 지갑 주소나 계좌, 도난 사건 등을 그저 손 놓고 있었다고 하는 건 옳지 않다."

맥그레거는 셰이프시프트가 자체적으로 투명하게 거래소를 운영하고자 노력해왔을 뿐 아니라 의심스러운 지갑과의 거래를 차단하고 방지하는 일을 외부 컨설팅 업체와 함께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에 다양한 규제를 한 단계 더 철저히 지키는 쪽으로 거래소 전체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모든 고객이 고객신원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했고,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컴플라이어드밴티지(ComplyAdvantage), 아이돌로지(IDology) 등 분석 업체 세 곳과 별도로 제휴를 맺어 감사 역할을 맡겼다.

맥그레거는 셰이프시프트가 진화하는 기술에 발맞춰 자체적인 규제 준수 절차와 외부 감사를 병행하며 꾸준히 절차를 다듬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이퍼블레이드의 공동 창립자이자 전략을 총괄하는 리처드 샌더스 이사는 사이퍼블레이드의 자체 분석에 셰이프시프트가 돈을 대지 않았다고 분명히 선을 그으며,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는 너무 많은 것을 부풀렸다고 꼬집었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던 건 300만 달러 정도다. 물론 이 정도 액수라고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건 절대 아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이 검은돈의 온상처럼 보도하며 근거로 댄 액수보다 훨씬 적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셰이프시프트의 부리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계속해서 정정 보도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기사가 나온 시점도 셰이프시프트가 한창 규제 관련 지침을 강화하던 2018년 9월이라는 점이 셰이프시프트로서는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부리스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의심스러운 자금을 추적하고 분석한 방법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암호화폐가 금융 업계 전반을 더욱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만들 잠재력을 지닌 건 분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는 거래가 투명하게 기록되는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활용해 근거를 살펴보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히 입증된다. 바로 이 대목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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