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트위터에서 코인 프로젝트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서로 치고받으며 싸우는 동안, 디지털 경제를 중앙화한 실제 권력은 개인의 데이터를 약탈하고 인류를 자신들이 군림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해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쇼샤나 주보프 교수가 최근 출간한 “감시 자본주의의 시대: 새로운 권력의 경계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싸움”이라는 책이 내놓는 대담한 결론이다. 실제로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가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책은 데이터를 닥치는 대로 긁어모으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고 우리를 이상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식의 주장에 반박하며 현 시대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중요한 내용을 다룬 책인 만큼 일독을 권한다.

특히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시사하는 점이 큰 책이기도 하다. 암호화폐 찬성론자들은 이 책을 읽고 암호화폐가 옹호받는 동시에 도전받는다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디지털 경제가 진화해 나가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그저 전산화된 통제 장치가 아닌 핵심 기술로서 오랫동안 진가를 발휘하려면 블록체인 옹호론자들은 이 책이 점화할 디지털 기술에 대한 반발과 씨름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이 과연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보다 어떤 면에서 어떻게 더 나은가? 블록체인이 주보프가 말하는 행동 잉여 착출(behavioral surplus extraction)과 같은 패턴의 나락으로 빠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라이버시 침해와 개인의 권리 상실에 대한 걱정이 점점 더 많아지는 대중들을 위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진보와 보수 사이


주보프는 분류하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본능적으로는 진보적이지만, 본질적인 시장 지배력은 열렬히 찬성하는 쪽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의지에 대한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을 보면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프라이버시 옹호론자들과 많은 공통점이 있다.

가끔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주보프는 규제 없는 시장 자본주의에 반대하고, 많은 비트코인 찬성론자들이 친애해 마지않는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주보프의 견해가 암호화폐 세상의 비전과 들어맞는 지점도 많다.

엄밀히 말하면 해결 방법은 다르다. 감시 자본주의를 무너뜨리는 블록체인은 수학과 암호화를 통해 중앙화된 중개인의 영향력을 빼앗고 탈중앙화 시스템에서 인류의 권리를 강화하는 새로운 디지털 지형을 만들어나가는 기술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반면 주보프는 수학을 기반으로 해결 방안이 제시하는 절대적인 체제에 의문을 표하며 정부와 정치에 초점을 맞춘다. 주보프는 정부의 복잡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디지털 영역 밖에서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주보프의 가장 큰 기여는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주보프 덕분에 우리는 제한적인 기존의 사고체계를 넘어서서 전례 없는 사례도 정의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예를 들어 100년 전 사람들은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이를 “말 없는 수레”라고 불렀는데, 주보프의 책과 주장이 자동차에 자동차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과 같다.

주보프는 “감시 자본주의”나 “도구주의,” “빅 아더” 등의 새로운 용어와 개념을 여러 개 고안해냈다.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용어는 “서비스로서의 감시(surveillance-as-a-service, SvAAS)”라는 말인데, 이전에는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 용어들에는 그 자체로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 시민들에게 반격할 수 있는 무기를 쥐여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적 분열이나 무너지는 사회적 공감대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장애로 인해 기업과 정부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주보프는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잃은 것에 대한 상실감과 분노에 불을 지펴야 한다”라고 말한다.

 

무시할 수 없는 주제


개인적으로는 주보프의 반(反)기술적 견해가 지나치게 극단적이라고 생각한다. 주보프는 “무비판적 화합(hive minds)”이라는 개념이 비인간적이고 개인을 로봇으로 전락시킨다고 하지만, 나는 풍요로운 정보 기술이 뒷받침하는 세상에서 개인들이 진정 자율적으로 함께 혁신을 이루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오픈소스 블록체인 개발의 독창성이 그 방증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주보프의 주장이 중요한 이유는 사회적인 담론과 토론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이 토론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화두를 던질 것이다.

블록체인 찬성론자들이 사기꾼이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단타 매매자라는 주류의 잘못된 견해를 바로잡고 블록체인 기술이 의의를 가지게 하려면 블록체인 커뮤니티는 이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프라이버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개발자들에게 기회가 왔다. 영지식증명 시스템과 다른 프라이버시 보호 레이어를 개발하고 있는 이들은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스스로 통제하고 공공 거래 장부가 새로운 행동 착출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하는 탈중앙화 프로토콜의 비전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감시 자본주의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발자뿐만 아니라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은 기업가, 법조인, 정치인, 학자, 언론인들이 이 논의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적절한 규제나 기준, 모범사례를 정립해서 블록체인 기술이 현재의 인터넷 경제가 진화해온 것보다 훨씬 더 건강한 궤도를 그리도록 할 수 있을까?

이제 다 같이 문제에 집중해보도록 하자.

번역: 뉴스페퍼민트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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