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추적 60분'이 암호화폐 투자 열풍의 부작용을 조명했다. 지난 18일 추적 60분은 '가상화폐 열풍 1년 신세계는 과연 있는가' 편을 방영했다.

이날 방송에서 추적 60분 취재진이 만난 남성 세 명은 지난해 4월 한 판매업자를 통해 '가' 코인을 소개받고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가' 코인 판매업자는 당시 개당 500원이던 '가'코인이 거래소에 1만원에 상장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투자금 2억여 원을 판매업자에게 현금으로 직접 전달했다며 직접 찍은 동영상을 추적 60분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약속한 날짜가 돼도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아 투자자들은 직접 '가' 코인에 대해 알아봤다. 알고보니 '가' 코인은 호주의 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이미 개당 12원 가량에 거래되고 있던 코인이었다. 이후 '가' 코인 판매업자는 잠적했다.

추적 60분이 만난 투자자들 주장에 따르면 '가' 코인 판매업자들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유명 인사와 '가' 코인이 밀접한 관계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이 사람들(판매업자들)이 심각하게 하는 연출을 보면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미향(가명) 씨는 2017년 가을 산악회에서 만난 지인을 통해 'A' 투자회사를 알게 돼, '나' 코인에 1천만원을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열 구좌에 투자를 하면 하루에 12만 원의 수당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소개해 데려오면 추가 수당이 붙는다는 말에 이 씨는 지인 예닐곱 명에게도 투자를 권했다. 그 직후인 지난해 2월 '나' 코인 발행 업체는 돌연 폐업했다.

'추적 60분' 취재진에 따르면 '나' 코인은 전국에서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5000여 명의 투자자가 400억 원 가량의 피해를 봤다. '추적60분' 취재진이 지난해 12월 '나'코인 투자자들의 비상 대책 회의에서 만난 일부 투자자는 투자금 대신 받기로 한 코인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나'코인 투자자들은 'A' 투자회사의 기술을 유명 IT 기업 'M'사가 채택했다는 말을 믿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적 60분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해당 기업은 'A' 투자회사와 '나' 코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미향 씨를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나'코인을 처음 소개한 이아무개 씨는 '추적 60분' 취재진에게 "필리핀에서 알게 된 'A' 투자회사를 소개 해 준 것일 뿐"이라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날 방송에선 암호화폐 투자로 인해 가족 구성원 간 갈등을 겪고 있는 사례도 소개됐다. 이미숙(가명) 씨는 지역 투자자 모집책의 말을 믿고 사업 투자비와 '다' 코인 구입비로 'B' 업체에 1억여 원을 건넸다. 그런데 '다' 코인 상장 후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B' 업체 측은 코인을 폐기했다.

투자자 모집 당시 'B' 업체는 중국 충칭 지역에 복합 의료 단지, 대규모 쇼핑몰, 국제 융합 연구 센터 등을 설립했다고 웹사이트를 통해 주장했다. 하지만 추적 60분 취재 결과 해당 시설들의 조감도는 부천 만화 박물관, 세종시의 주민센터 등 국내에 실제로 존재하는 건물들의 조감도와 일치했다. 'B' 업체가 '다' 코인 가치를 올리겠다며 제시한 각종 투자 사업이 모두 허위였던 것이다.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추적 60분 측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암호화폐 관련 범죄 피해자는 5만여 명, 피해 금액은 약 4353억 원에 달한다. 특히 고수익을 미끼로 한 다단계성 투자 사기가 빈번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금 보장 및 고수익을 약속하고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기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추적 60분 측은 당부했다.

추적 60분 취재진은 코인 제작을 대행해 준다는 업체도 만났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한다는 한 코인 제작 대행업체는 백서 작성 및 ICO를 위한 웹사이트 제작에 2~3천만 원의 비용을 받는다고 홍보했다.

추적 60분 취재진은 직접 'KBS 코인'이라는 이름의 암호화폐를 발행해 보였다. 코인 제작 대행 업체의 웹사이트에 코인의 이름과 코인 발행자의 연락처, 전자 지갑 주소, ICO 기간 및 목표 금액 등 정보를 입력하면 한 시간여 만에 코인 발행 작업이 완료됐다.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리플 등 유명 암호화폐의 백서를 짜깁기한 백서 역시 5분 만에 만들 수 있었다.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방송에 출연한 한 블록체인 전문가는 "40~60대 컴퓨터 잘 모르시는 분들은 (코인) 설명회 같은 데서 이런 거(백서) 나눠주면서 (코인 홍보) 하면 (해당 코인이 기술력 및 투자 가치를 갖췄는지 여부를) 모른다"고 투자 사기 피해가 쉽게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추적 60분 취재진은 유명 기업이 발행한 암호화폐 역시 안전한 투자처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추적 60분 취재진이 만난 '라' 코인 투자자들은 코인을 발행한 국내 중견 IT 기업 'D' 업체의 김아무개 대표가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하며, 글로벌 IT 기업 'I'사, 'M'사 등과 협업했다는 홍보 내용을 신뢰해 투자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추적 60분 측의 취재 결과 해당 글로벌 IT 기업들은 'D'사가 발행한 암호화폐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익명의 'D'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추적 60분 취재진에게 "'(유명 글로벌) IT 회사의 솔루션을 이용해 플랫폼이 개발된다'고 홍보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과장된 홍보를 그대로 실은 언론 보도 역시 투자자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추적 60분 측은 설명했다. 'D' 업체는 지난해 9월 '라' 코인을 이용해 해외의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결제하는 등 상용화가 가능해 투자 가치가 있다고 홍보했고, 국내 언론사 몇 곳은 이를 그대로 보도했다. 그런데 실제 대금 지급은 현금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추적 60분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추적 60분 측은 지난해 12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김아무개 'D' 업체 대표의 음성이 담긴 녹취 파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녹취 파일엔 E 재단과 D 업체가 표면적으로는 기술 협약을 맺고, 개발비와 마케팅비 등의 명목으로 300억 원의 투자금을 다시 D사로 옮기려 한 정황이 담겨 있었다.

2017년 9월 정부가 ICO 금지 방침을 발표한 이후, ICO 금지가 현실화 될 것을 대비해 싱가포르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투자금을 모은 뒤 이를 빼오려 한 정황도 녹취 파일에 들어 있었다. 추적 60분 측의 확인 결과 'D' 업체와 'E' 재단의 대표는 동일 인물이며, 'E' 재단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였다.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방송 말미에서 추적 60분 제작진은 "많은 ('D'사 '라' 코인) 투자자들이 그들의 불투명한 경영 방식으로 인해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이들을 조사하거나 수사할 근거가 없다. 아직 우리나라엔 관련 법이 없기 때문이다"라며 "미국과 독일은 가상화폐를 자산이나 금융상품으로 간주해 관련 규정과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에 가상화폐 관련 개정안이 9건 상정돼 있음에도 여전히 계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적 60분 제작진은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시장을 바로잡을 대책의 핵심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상화폐 시장의 파장과 문제점을 면밀히 진단해 하루빨리 제도권 안으로 들여올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이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지=KBS1 '추적 60분' 갈무리

해당 방송분은 KBS 웹사이트를 통해 다시보기 할 수 있다.

정인선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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