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콘의 암호경제학 개론
암호경제학은 블록체인 기반 분산 시스템을 설계, 구현하는데 핵심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 연구는 아직 미성숙한 단계죠. 암호경제시스템 전문 연구기업 디콘(DECON)과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암호경제학 이야기를 쉽게 풀어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이더리움 가스(Gas)와 이오스 램(RAM)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둘 다 컴퓨팅 자원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트랜잭션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수수료에 해당하는 가스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오스에서는 계정을 만들거나 스마트 계약을 실행하는 등 네트워크에 무언가를 저장할 때 램을 소모하게 됩니다. 가스는 이더리움 채굴자들의 컴퓨팅 자원을 분배하기 위한 장치이고, 램은 이오스의 블록 프로듀서(BP, Block Producer)들이 제공하는 컴퓨팅 자원을 분배하기 위한 장치죠.

가스와 램 모두 각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관문입니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이 네트워크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탈중앙화'가 가져다주는 이점 때문입니다. 탈중앙화 네트워크는 검열저항성과 중개인 역할 감소라는 이점을 가져다줍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풀노드


블록체인의 어떤 특징이 탈중앙화를 가능하게 할까요? 단일 주체가 트랜잭션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주체, 즉 노드들이 트랜잭션을 검증하는 데에서 탈중앙화가 시작됩니다. 따라서 거래를 검증하는 주체가 많아질수록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는 강화되죠. 블록체인을 통째로 다운받은 풀노드는 전파된 거래를 검증하는 역할을 하기에 풀노드의 숫자와 탈중앙화 정도는 비례합니다.

풀노드 운영은 공짜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트랜잭션을 검증, 연산, 기록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듭니다. 풀노드 운영 비용이 이로 인해 얻는 혜택보다 크다면 풀노드를 유지하는 이들은 줄고 탈중앙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풀노드를 운영하는 이들은 3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채굴자, 댑(DApp) 사업자, 그리고 네트워크에 기여하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채굴자들은 채굴 행위를 위해 풀노드가 필요합니다. 검증된 거래만 블록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죠. 댑 사업자의 경우엔 풀노드를 가지고 있는 경우 더 높은 검열저항성과 익명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외 네트워크 기여 목적으로 풀노드를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이중 아무래도 풀노드 운영을 통해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 채굴자들이 가장 많은 풀노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트랜잭션의 부정적 외부효과


경제학에 부정적 외부효과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어떤 경제 주체의 활동이 활동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비용을 유발하는 것을 뜻합니다. 석탄 산업 등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 부정적 외부효과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해당 재화를 생산하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은 사적 비용(private cost)보다 높다.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최적점(Q*, P*)은 원래 균형점(Q0, P0)보다 왼편에 위치한다.
해당 재화를 생산하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은 사적 비용(private cost)보다 높습니다. (분홍색 곡선이 빨간색 곡선 위에 위치하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최적점(Q*, P*)은 원래 균형점(Q0, P0)보다 왼편에 위치합니다.

 

부정적 외부효과를 가지는 재화는 사회적 최적점(Q*, P*)보다 더 많이 공급되고 소비되는 경향을 지닙니다. 수요와 공급 당사자 간 비용만 고려해 생산이 결정되지만, 재화를 생산하는데 드는 실제 사회적 비용은 그것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에서 트랜잭션의 검증은 이런 부정적 외부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트랜잭션을 담고 블록 생성에 성공한 채굴자는 블록 보상과 각 트랜잭션에 담긴 수수료를 보상으로 받습니다. 하지만 해당 트랜잭션을 연산하고 검증하고 기록하는 활동에는 전체 풀노드가 함께 부담합니다. 블록 생성에 드는 자원에 대한 대가는 블록 보상과 수수료로 지불되지만, 채굴자를 제외하고 전체 네트워크가 사용한 컴퓨팅 자원은 거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한 명의 채굴자가 아닌 모든 채굴자가 거래와 관련된 연산을 기록함으로써 신뢰를 보증하는 게 탈중앙화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트랜잭션을 하나의 재화로 생각해봅시다. 채굴자들은 트랜잭션이라는 재화의 생산자입니다. 그리고 블록체인 사용자들은 트랜잭션을 블록체인 위에 생성하길 원하는 사용자입니다.

앞서 말했듯 트랜잭션이라는 재화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가지고 있어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과생산됩니다. 이에 따라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최적 수준보다 올라가게 됩니다. 풀노드 운영 비용의 증가는 풀노드 수의 감소를 불러오며, 탈중앙화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죠.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사회적 최적 수준 이상으로 소비되는 트랜잭션을 관리해 컴퓨팅 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부정적 외부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들


경제학에서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줄이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조세 제도, 사유화, 생산량·가격 제한 등 3가지가 대표적입니다.

1. 조세 제도

조세 제도를 이용하면 해당 재화를 생산해 이득을 얻는 이들에게 조세를 거둬 피해를 받는 이들에게 줄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해당 재화의 생산 비용은 올라가게 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까지만 생산되게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2. 사유화

사유화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일으키는 재화에 대한 소유권을 분명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해당 재화의 생산에서 발생하는 이득과 피해 모두를 부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킨 주체에게 귀속시키는 방식이죠. 이는 재화를 보다 신중하게 생산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블록체인상의 컴퓨팅 자원 이용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게 함으로써 사유화 방식을 도입해볼 수 있습니다. 이오스의 램 시장이 컴퓨팅 자원을 사유화한 방식입니다.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돼 있기에 컴퓨팅 자원을 신중하게 소비하게 되죠.

3. 생산량·가격 제한

생산량·가격 제한은 부정적 외부효과가 있는 재화의 양이나 가격을 제한함으로써 사회적 최적 수준까지 소비 수준을 임의로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이 방식을 채택해 블록 하나에 담길 수 있는 용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즉, 재화의 생산량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죠.

이 3가지 방법 중 조세 제도는 블록체인에서 잘 활용되지 않는 방법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피해를 본 이들이 얼마나 존재하고 이들이 입은 피해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나머지 2가지 방법인 사유화 방식과 생산량·가격 제한 방식을 다루겠습니다.

 

사유화를 통한 컴퓨팅 자원 분배 방식 : 이오스와 스팀


컴퓨팅 자원 사유화를 통해 부정적 외부효과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중앙화돼 있는 블록체인에서 사용하기 쉽습니다. 상대적으로 중앙화된 블록체인을 '덜중앙화 네트워크'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이오스가 이 덜중앙화 네트워크의 한 예입니다. 이오스 네트워크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은 21개의 블록 프로듀서가 제공합니다. 이들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또한 약속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투표로 퇴출당할 위험이 있기에) 자신들이 제공하는 컴퓨팅 자원을 이용할 소유권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오스에서 스마트 계약을 실행하거나 계정을 만드는 등 활동을 하려는 이들은 램을 꼭 사용해야 합니다. 이오스 개발자들은 램 시장에서 램을 구매하죠.

네트워크 이용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램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램의 소모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컴퓨팅 자원을 소모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컴퓨팅 자원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대역폭(Bandwidth)와 CPU의 분배 방식에서는 조금 다른 사유화 방식을 사용합니다. 토큰을 네트워크에 예치하면 그 양 대비 얼마나 많은 양을 예치했는지에 비례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자원의 양이 정해집니다. 예치를 풀지 않으면 일정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자원의 양이 충전됩니다. 충전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제한돼 있으므로 더 효율적으로 네트워크를 이용하려 하게 됩니다.

스팀도 20번째 하드포크를 통해 이같은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컴퓨팅 자원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게 한 기존 방식에서 스팀파워를 소유한 정도에 따라 배분하고 서서히 충전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죠.

네트워크 유지 비용이 중요한 이유는 풀노드의 숫자 및 탈중앙성과 관련이 큽니다. 트랜잭션의 부정적 외부효과로 인해 네트워크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하면 풀노드의 수는 줄어들고 탈중앙성은 약화됩니다. 하지만 '덜중앙화' 네트워크는 이미 탈중앙화를 어느 정도 포기했기 때문에 비용 상승에 따른 탈중앙화 악화 정도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수의 노드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컴퓨팅 자원 사용이 네트워크 유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변치 않습니다. 네트워크 유지 비용의 상승은 덜중앙화 네트워크라 하더라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입니다.

 

생산량·가격 제한을 통한 컴퓨팅 자원 분배 방식 : 이더리움


생산량 제한은 덜중앙화 네트워크나 탈중앙화 네트워크에 상관없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처리 가능한 트랜잭션의 양을 조절하거나 가격을 조절해 컴퓨팅 자원이 과도하게 많이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에서는 블록 하나에 담길 수 있는 가스의 양이 제한돼 있어 컴퓨팅 자원 소모 역시 제한됩니다. 또 이 제한된 가스는 트랜잭션마다 일정 수준씩 소모됩니다.

 그래프에서 보이는 빨간색 선은 블록체인 하나에 담길 수 있는 제한된 트랜잭션 양을 나타냅니다. 양을 제한해 사회적 최적 수준(Q*, P*)에서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보이는 빨간색 직선은 블록 하나에 담길 수 있는 제한된 트랜잭션 양을 나타냅니다. 양을 제한해 사회적 최적 수준(Q*, P*)에서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양을 제한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먼저 가스의 가격이 순전히 트랜잭션을 보내는 이들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또한 사회 전체의 비용 보다 낮은 가격으로 가스비를 책정한다 하더라도 마이너는 블록이 가득 차 있지만 않으면 해당하는 트랜잭션을 받아줄 유인이 충분히 존재하게 됩니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양의 제한과 함께 가격 제한을 두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의 예를 들자면, 가스비의 하한선을 두는 방법입니다. 즉 일정 가격 이하로 가스비가 책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트랜잭션을 받아들이지 않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적은 가스비가 책정된 트랜잭션은 처리되지 않게 되고 그만큼 컴퓨팅 자원이 소모되는 것이 줄어듭니다.

그림에서 보이는 빨간색 직선은 블록 하나에 담길 수 있는 가스 가격의 제한을 나타냅니다. 가격 제한을 통해 사회적 최적 수준(Q*, P*)에서 균형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보이는 빨간색 직선은 블록 하나에 담길 수 있는 가스 가격의 제한을 나타냅니다. 가격 제한을 통해 사회적 최적 수준(Q*, P*)에서 균형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는 한 논문에서 사람들이 가격을 제한하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비탈릭은 그 대안으로 최저가격 설정 알고리즘을 제안했습니다.

알고리즘을 통한 최소가격 설정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가 쓴 논문 'Blockchain Resource Price'에 등장하는 최저가격 설정 수식.

 

위 수식은 비탈릭이 논문에서 제안한 최저가격 설정 수식입니다. 의미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이전 블록이 가득 찼다면 최저가격을 유지하고 가득 차지 않았다면 최저가격을 낮추는 것입니다. 블록이 가득 찼다는 것은 해당 최저가격을 이용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 최저가격을 유지하고 블록이 차지 않았을 경우에는 이용자들이 해당 최저가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해 최저가격을 낮추는 것이죠.

해당 수식에는 2가지 치명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첫 번째, 최저가격이 내려가기만 하지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식을 자세히 보면 이전 블록이 가득 찼던 경우에는 최소가격이 유지될 뿐 이전보다 최소가격이 오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두 번째, 블록이 차는 이유를 비용으로만 전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트랜잭션을 보내거나 보내지 않는 이유는 가스비가 비싸거나 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더리움 외에 다른 경쟁력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생겼을 수도 있고 정부의 예상치 못한 규제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이유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블록이 찬 정도를 통해 최소가격 수준의 적절함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매를 통한 최소가격 설정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설정하는 방식 외에 다른 방법으로도 최소가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에 의해 일률적으로 최소가격을 설정하는 대신 새로운 경매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법입니다. 경매를 통해 시장이 최소가격을 설정하도록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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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경매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만큼 호가를 부르고 이것이 채택되면 해당 가격을 내고 물건을 받아가게 됩니다. 현재 이더리움의 가스비도 이와 같습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지불하고자 하는 만큼 가스비를 책정해 트랜잭션을 보내고 해당 가스비를 지불합니다.

경매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존재합니다. 그중 하나로 더치옥션(Dutch Auction)이라는게 있습니다. 네덜란드 튤립 경매에 자주 사용됐던 방식이어서 더치라는 이름이 붙게 됐습니다. 더치옥션은 하나의 상품을 가지고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 가능한(fungible) 속성을 가진 대상을 거래할 때 사용됩니다. 각 튤립별로 다른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동일한 특성(종자, 색상 등)을 가진 튤립을 묶어서 판매할 때 사용되는 방법이죠. 더치옥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제시한 호가만큼 지불하지 않습니다. 대신 채택된 가격 중 가장 낮은 가격으로 돈을 지불하게 됩니다.

가스 경매 구조에 더치옥션을 적용하면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메커니즘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옥션 1. 일반적인 방식을 따른 가스 경매 예시. 트랜잭션 1~트랜잭션 6에서 채굴자는 35gwei를 보상으로 받게된다. gwei는 가스에 대해 말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더(ETH)의 단위다. 
경매 1. 일반적인 방식을 따른 가스 경매 예시. 트랜잭션 1~트랜잭션 6에서 채굴자는 35gwei를 보상으로 받게됩니다. 참고로 gwei는 가스에 대해 말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더(ETH)의 단위입니다.

 

경매 2. 더치옥션 방식을 따른 가스 경매 예시.
경매 2. 더치옥션 방식을 따른 가스 경매 예시.

 

'경매 1'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가스비가 책정된 거래가 있을 시 기존 구조에서 채굴자는 모든 거래를 담을 유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더치옥션 방식을 따른 '경매 2' 표를 보면 채굴자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스비가 7gwei 이상인 트랜잭션들만 블록에 담습니다. 7gwei보다 더 낮은 5gwei를 선택하면 전체 수익이 20gwei로 줄어들게 되고, 더 높은 8gwei를 선택해도 역시 16gwei로 전체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가치가 낮게 부여된 거래들이 블록에 담기지 않기 때문에 네트워크 전체에 트랜잭션이 일으키는 부담도 자연히 줄어들게 됩니다.

이같은 방식을 채택하면 컴퓨팅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점 외에도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먼저 트랜잭션을 보내는 이용자의 입장에서 깊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트랜잭션의 가치만큼을 가스비로 담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더치옥션 구조에서는 항상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만큼을 호가로 제시하는 것이 가장 우월한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 가장 낮은 가격을 부르는 사람이 돼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제시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서 채택이 될 경우 자신의 거래는 체결되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참여자에게는 자신이 생각하는 거래의 가치만큼을 제시하는 게 가장 우월한 전략이 됩니다.

채굴자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트랜잭션의 수가 줄어들어 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스비를 적게 부담하기 위해 가스비를 낮춰 부르던 이용자들은 이제 스스로가 생각하는 트랜잭션의 가치만큼을 호가로 제시하게 돼 기존에 제시되던 가스비보다 전체적으로 높은 가격이 형성될 유인이 있습니다. 따라서 채굴자의 수익이 반드시 감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사유화와 생산량·가격 제한을 활용해 부정적 외부효과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부정적 외부효과를 줄이는 조치를 하는 대신 신규 채굴자들의 보상을 늘려 피해를 보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신규 토큰 발행을 이용한 보상


채굴자가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보상은 트랜잭션 수수료뿐만이 아닙니다. 채굴자는 블록 생성에 성공에 따른 대가로 신규 토큰을 보상으로 받습니다.

신규 토큰을 발행해 컴퓨팅 자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마치 국가가 화폐를 찍어내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구조와 닮았습니다. 부정적 외부효과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토큰을 새롭게 발행해 공급량을 늘려 토큰 보유자 모두에게 비효용을 전가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신규 토큰 발행을 통한 보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구적으로 토큰을 계속 발행해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그 발행량이 점차 줄어들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고 이더리움도 최근 신규 발행량을 줄인 바 있습니다. 이처럼 영원한 신규 토큰 발행을 생각하지 않는 프로젝트에서는 신규 토큰 발행을 통한 보상이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반면 이오스나 스팀 같은 프로젝트는 영구 토큰 발행을 지향합니다. 트랜잭션 수수료는 받지 않고 블록을 만드는 이들에게 신규 토큰 발행 보상을 제공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리


지금까지 블록체인상에서 트랜잭션의 처리가 가질 수밖에 없는 컴퓨팅 자원 사용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기존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방법 중 사유화와 생산량·가격 제한 방법을 이용해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그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유화

    • 컴퓨팅 자원을 소유자를  명확히 하여 컴퓨팅 자원의 낭비를 막는 방법

    • 소유권을 주어야 하기에 해당 컴퓨팅 자원을 제공해 주는 노드의 구성이 쉽게 변하지 않는 덜중앙화 네트워크에서 사용할수 있는 방법




 

  • 생산량·가격 제한

    • 블록에 담길수 있는 트랜잭션의 양 제한을 통해 컴퓨팅 자원의 남용을 막을수 있음

    • 가치가 낮은 트랜잭션을 위해 모두가 연산을 해야하는 부정적외부효과는 남아 있음

    • 최소 가격 설정을 통해 문제 부정적 외부효과 문제 최소화 가능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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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을 설계할 때는 컴퓨팅 자원이 어떻게 분배돼야 할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블록체인은 공짜 점심이 아닙니다. 네트워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누군가 부담을 짊어져야 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사용하는 사람이 수수료를 내고 네트워크를 사용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중앙 주체가 없는 블록체인에서는 각 참여 주체의 인센티브와 네트워크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자원 분배방식이 필요합니다. 블록체인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여러 참여 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하나의 생태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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