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프로젝트의 가치를 비교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지표는 시가총액이다. 그러나 시가총액을 토대로 한 가치평가에는 허점이 많다.

시가총액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은 유동성도 낮은데 거래소들이 시가총액을 꼼꼼히 집계하지 않을 경우 창업자나 코인을 대량 보유한 이들이 코인마켓캡(CoinMarketCap) 같은 사이트에서 시가 총액을 어렵지 않게 조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해 ICO 열풍 가운데 시가총액에 관해 많은 우여곡절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가총액에는 더 심오하고 철학적인 문제가 있다. 달러로 표시된 토큰 가격에 유통 중인 토큰의 개수를 곱하는 이 방식은 토큰을 보유한 이들이 미래에 언젠가는 토큰을 신용화폐로 교환한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즉, 언젠가 신용화폐로 교환해야만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다.

화폐의 정의를 다시 내리고 신용화폐가 아닌 형태의 가치 교환 수단을 모색하는 암호화폐 산업에서 암호화폐의 가치를 달러로 매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근본적인 모순이자 비도덕적인 행동을 조장하는 부작용도 있다.

달러를 기반으로 한 투자 수익을 우선시하게 되면 탈중앙화 가치를 제대로 구현한 성공적인 암호화폐 경제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소프트웨어와 비즈니스 개발자들보다 코인 발행 열풍에 휩쓸리는 커뮤니티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암호화폐 커뮤니티 문화를 바람직한 가치관을 지닌 이용자들만 주도하는 건 아니다. 여전히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이들이 암호화폐 시세에 일희일비하고 유튜브 등지에서 암호화폐 관련 콘텐츠를 생산해낸다.

암호화폐 토큰은 다른 자산들과 달리 커뮤니티의 시각에 많이 좌우된다. 아이디어와 경제 생태계를 탈중앙화하는 데 대한 믿음으로 자유롭게 모인 개인들이 곧 토큰의 성격을 결정하고 토큰을 정의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토큰이 선한 의도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가치는 아이디어에 대한 커뮤니티의 열정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은 주지할 필요가 있다.

열정도 커뮤니티마다 다르다. 특히 기술과 커뮤니티 개발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열의를 가졌는지가 정말 다르다. 여러 자산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가늠하려면 단지 각 토큰이 달러로 얼마에 거래되는지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면서도 광범위한 특징들을 수량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크립토 이코노믹스 익스플로러


코인데스크 데이터 팀이 최근에 선보인 크립토 이코노믹스 익스플로러(Crypto-Economics Explorer)가 특히 기대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달러나 비트코인보다 암호화폐 가치를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치를 측정하는 데 가격의 비중 자체를 낮췄기 때문이다.

익스플로러는 각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참여도와 관심도 등 다양한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한 다면적인 평가를 제공한다. 가격과 시가총액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지만, 이는 다섯 개 영역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다른 네 가지는 개발자 활동, 교환 거래, 블록체인 거래와 소셜미디어 활동이다.

새로운 척도에 따라 코인들을 비교해 보면 가격 말고도 각 프로젝트에서 커뮤니티의 참여와 공동의 이익을 끌어내는 것이 왜 중요한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트캐시(Zcash)는 개발자 참여 부문에서 특히 점수가 높다. 아마도 코인이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 영지식증명 기술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 이들이 제트캐시를 지지하고 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제트캐시의 거래량은 매우 적고, 소셜미디어 참여도도 낮다.

반대로 XRP의 프로필을 보면 소셜미디어 참여도가 가장 높다. 이는 트위터나 다른 사이트에서 나타나는 온라인 커뮤니티 “XRP Army”의 활약 덕분일 것이다. 또한 리플(Ripple)이 개발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이유일 수 있다.

리플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XRP가 실체는 없고 겉치레만 화려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비트코인을 벤치마킹한 크립토 익스플로러는 커뮤니티 개발을 암호화폐 프로젝트 가치 평가에서 중요한 척도로 삼고 있으며, 소셜미디어는 이 점이 잘 드러나는 항목이다.

 

왜 비트코인인가?


크립토 익스플로러가 비트코인을 너무 이상화했다는 점을 공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소위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의 편견에 빠졌다는 지적과도 궤를 같이한다. 잭슨 팔머는 트위터에서 노골적으로 이를 비난했다.
"아래 도표를 보면 먼저 모든 점수를 비트코인에 고정한 것부터 이상하다. 비트코인이 기준이 되다 보니 당연히 비트코인은 모든 영역에서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았다. 이 데이터는 실질적으로 무의미하고 근본적으로 쓸모가 없다. 굳이 보여줄 필요도 없는 도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코인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삼았다면 이러한 우려가 나오지 않았겠지만, 반대로 지표는 불필요하게 복잡해졌을 것이다. 다섯 개 영역 모두에서 비트코인이 100점을 받았다고 해서 비트코인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비트코인은 비교를 위한 기준일 뿐이고 관련 자료에서 설명되어 있듯이, 모든 척도에서 비트코인을 능가하는 코인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100점이 만점이 아니다.

그렇게 보면 이 모델은 미국 달러를 벤치마크로 사용하는 세계의 외화 교환 시장과 다르지 않다. 순수하게 숫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현재 각각 1.28달러와 1.14달러인 영국 파운드와 유로는 달러보다 가치가 높다. 물론 이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비교의 기준을 정확하게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치를 평가하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코인데스크는 암호화폐 코인들의 증조할아버지 격인 비트코인을 단순히 비교의 척도로 삼은 것이다. 앞으로 가치 비교 모델에 다른 척도를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비트코인만큼 기준으로 삼기에 좋은 암호화폐가 없다.

 

미완성작


그러나 크립토 이코노믹스 익스플로러가 척도로 삼은 가치 기준이라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임의로 선택한 한 가지 방법일 뿐이다. 이 방법이 절대적인 진실을 밝혀준다는 보장은 없다.

코인데스크도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완결판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인식하고 있다. 코인데스크의 편집장 피트 리조는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크립토 이코노믹스 익스플로러를 “그야말로 잘근잘근 씹고 뜯고 마구 두들겨 패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커뮤니티와의 협업을 통해서만 계속해서 개선되는 모델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것도 정해진 건 없다. 비트코인을 대신할 훌륭한 가치 기준을 제안할 수도 있고, 카테고리마다 각기 다른 가중치를 줘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암호화폐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 가운데 채굴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느냐가 과연 다섯 개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가 될 자격이 있을까? 개발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하는지 측정하는 기준도 깃허브 관련 숫자 말고 더 없을까?

이제 갓 닻을 올리고 첫 항해에 나섰을 뿐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암호화폐 세상에서 우리가 어디에 가치를 두어야 할지에 관한 중요한 논의도 이제 막 시작인 것이다. 이는 또한, 지금 시점에 필요한 논의이기도 하다.

달러화로 표시되는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을 면치 못하고 있어 가격 말고 다른 데로 주의를 돌려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기 직전인 상황에서 이들이 암호화폐의 진정한 가치는 달러를 토대로 한 가치평가 모델보다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큰손들은 대체로 암호화폐를 그저 “새로운 유형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암호화폐 토큰이 가치를 저장하는 효과적인 대안이며, 주식이나 채권, 원자재와 크게 다르지 않고 언젠가는 신용화폐로 교환해서 달러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정도로 인식한다. 그러나 암호화폐 토큰에 투자해서 이들이 실제로 “구매”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의 변덕에 노출되어 있다. 이 아이디어는 틈만 나면 새로운 투자자들이 속한 기관을 배제하는 시스템, 즉 중개인을 없앤 금융 시스템을 목표로 한다. 기관투자자들은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시스템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향한 움직임에 투자하는 셈이다.

어쨌거나 이 투자자들이 유입되면 많은 토큰 프로젝트의 지표에 상당한 변동성이 함께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달러 이외의 방법으로 산업을 바라볼 수 있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모델이 있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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