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Getty Images Bank

 

“나중에 모든 걸 잃고 나서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크레이그 라이트(Craig Wright)가 비트코인캐시(BCH) 사용자 중 소프트웨어 비트코인ABC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보낸 경고다.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를 목전에 두고 라이트는 타협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크레이그 라이트는 자신이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하면서 충분한 증거는 내놓지 못해 거짓말쟁이로 손가락질받기도 한 인물이고, 비트코인캐시는 지난해 확장성 문제로 비트코인(BTC)에서 성공적으로 갈라져 나온 시가총액 전체 4위의 암호화폐다.

비트코인캐시의 설립에 공을 세웠고, 초창기 비트코인캐시 커뮤니티 내에서 전폭적 지지를 받던 라이트는 현재 비트코인캐시의 미래가 걸린 논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비트코인캐시는 출범 이후 이미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하드포크를 한 적이 있지만, 15일 오늘(한국시각으로는 내일 새벽) 예정된 하드포크의 내용에 관해서는 아직 비트코인캐시 커뮤니티 안에서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번 논쟁은 하드포크에 어떤 업그레이드를 포함해야 하는지에 관한 견해차로 시작됐고, 끝내 비트코인캐시가 두 개의 암호화폐로 분리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비트코인ABC(Bitcoin ABC)고, 다른 하나는 라이트의 회사 엔체인(nChain)이 만든 비트코인SV(Bitcoin Satoshi’s Vision)다. 예측시장을 비롯해 여러 데이터 회사들은 양측 진영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지 분석과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라이트가 대놓고 상대 진영을 공격하자고 종용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비트코인ABC를 ‘사장할’ 방법을 우회적으로 제시했다고는 할 수 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SV 채굴자들이 해시파워를 동원해서 비트코인ABC의 빈 블록을 채굴해 거래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트는 이러한 행위가 ‘프로토콜의 일부’이며,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규칙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자 예상대로 새롭게 등장한 샤크풀(SharkPool)이라는 채굴 프로젝트가 라이트의 트윗에 따라 비트코인ABC 블록체인의 빈 블록을 채굴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언리미티드(Bitcoin unlimited)의 수석 과학자 피터 리전은 이와 같은 상황을 비트코인ABC 지지자들을 겁주려는 허풍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쇼핑몰 오픈바자(Open Bazaar)와 비트코인캐시의 개발자 크리스 파시아를 비롯해 이러한 악의적 공격이 실제로 피해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파시아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크레이그 라이트와 갈라서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블록체인을 51% 공격으로 사장하겠다는 주장은 정말이지 쿨하지 못하다.”

 

데자뷔?


비트코인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용자라면 지금 상황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불과 1년여 전에 비트코인은 거래 처리속도를 비롯해 이른바 확장성 논란에 휩싸였고, 암호화폐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 블록 크기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지지 세력은 나뉘었고, 논쟁은 결국 블록체인 분할로 이어졌다. 당시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지금 라이트와 마찬가지로 분할 이후 상대편 체인을 공격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런 과정에서 블록 크기를 늘리기 위해 업그레이드 세그윗(Segegated Witness)을 적용하지 않은 비트코인캐시가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비트코인캐시 커뮤니티의 뜻이 일치했지만, 커뮤니티가 점차 커지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블록 크기 논쟁이 재점화되었다.

이번 하드포크와 함께 진행되는 비트코인ABC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는 몇 가지 중요한 기술적 변화가 포함되어 있다. 한 가지는 전통적인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서도 암호화폐 간 교환이 가능한 “아토믹스왑(atomic swap)”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계약 코드의 적용이다. 그러나 비트코인ABC 측은 블록 크기는 지금 늘릴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반면 라이트가 이끄는 비트코인SV 측은 블록 크기 한도를 32MB에서 128MB로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지극히 기술적인 문제이며, 현재로서는 전혀 필요치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 비트코인캐시 지지자들은 어느 쪽을 지지할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었다.

최대 규모의 비트코인캐시 채굴풀인 코인긱(CoinGeek)은 지난 8월 비트코인SV(와 블록 크기 증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로저 버 등 비트코인캐시의 유력한 지지자들이 운영한는) 정보제공 사이트이자 채굴풀인 비트코인닷컴(Bitcoin.com)은 비트코인ABC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결국,  바이낸스(Binance), 코인베이스(Coinbase), 폴린트리자(Polintriza) 및 실시간 결제 애플리케이션 머니버튼(Money Button) 등 비트코인캐시를 지원하는 여러 거래소와 기업들은 하드포크를 앞두고 당분간 비트코인캐시 거래를 정지했다. 머니버튼의 CEO 라이언 찰스는 “비트코인캐시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은 결국 두 가지 중 하나를 골라 업그레이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열되는 정치적 논쟁


비트코인 언리미티드의 리전은 이 논쟁이 표면적으로는 기술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블록체인을 장악하고자 하는 권력 다툼으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나는 엔체인이나 크레이그 라이트에게 힘을 실어줄지 모를 결정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기술적 논쟁이 아니다. 영향력과 통제권의 문제이다.”

한편 비트코인SV 지지자들도 상대편에 대해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코인긱의 CEO인 캘빈 에어는 트위터에 “비트메인(Bitmain)과 비트코인닷컴은 비트코인을 붕괴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캘빈은 비트코인ABC가 추구하는 변화가 위험하며, 어거(Augur)와 유사한 메커니즘을 적용할 연산 코드 DSV(OP_CHECKDATASIGVERIFY)가 ‘네트워크를 멈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리전은 또 어떤 방식이로든 논란이 이처럼 과열된 상황에서는 비트코인캐시가 계획했던 속도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 생각에는 비트코인캐시가 정규 하드포크를 시행하기에 너무 커져 버린 것 같다. 우리가 이 계획에 시동을 걸면서 처음으로 정규 하드포크가 논란을 일으키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이번 논란은 과거 비트코인이 갈라지는 과정에서 사토시 나카모토의 원래 의도를 구현할 수 있는 더 저렴하고 빠른 결제 네트워크를 찾아 비트코인캐시로 옮겨갔던 여러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거센 논쟁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머니버튼의 찰스는 이 논란이 어서 가라앉아서 하나의 코인이 다시 자리 잡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머니버튼은 이론상 하나의 화폐여야 한다. 동시에 여러 개의 코인을 관리해야 한다면 우리 상품은 모든 면에서 저하된다. 어느 한쪽의 우세가 확실시되면, 그것이 어느 쪽이든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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