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차일드 사칭 'ICO 사기' 소동
[편집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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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재
유신재 2018년 10월25일 11:03


 

로스차일드(Rothschild).

대대로 세계 금융을 주물러온, 인류 역사상 최고 부자로 꼽히는 가문이다. 그 로스차일드 그룹의 주요 계열사 시이오(CEO)가 암호화폐공개(ICO) 프로젝트에 개인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주 국내 대형 법무법인이 주최한 포럼에 초청돼 자신의 구상을 발표했다. 블록체인 특구를 추진중인 원희룡 제주지사와 면담도 가졌다.

그가 한국에서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갈 무렵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몇몇 국내 블록체인 단체에서 활동중인 한 변호사가 이 미국인이 사실은 로스차일드 그룹 임원이 아니고, 다른 이력도 의심스럽고, 유명 글로벌 기업의 시이오(CEO)를 사칭한 암호화폐 사기꾼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사기가 극성이라는 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유명 법무법인과 제주지사까지 사기꾼에 농락당하다니! 우리 블록체인 업계가 이렇게 허술하다니!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즉각 취재에 나섰고, 이 미국인을 초청한 법무법인과 제주도도 당혹해 하며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로스차일드 그룹 홈페이지를 뒤지고, 구글과 링크드인에서 이 미국인과 그와 연결된 사람들의 이름을 검색했다.

며칠 뒤 우리 기자가 뉴욕의 로스차일드 사무실과 통화를 했다. 담당자는 “그 분 저희 시이오 맞는데요”라고 답했다. 로스차일드 그룹을 사칭한 사기 사건은 그렇게 허무하게 일단락됐다.

알고 보니 처음 의혹을 제기한 변호사는 부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성급하게 멀쩡한 사람을 사기꾼으로 지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룹 홈페이지에 공개된 임원 명단에 이 사람이 없다(홈페이지에는 그룹 임원 명단만 있고 계열사 임원 정보는 없다), 직접 만나봤는데 로스차일드 사람 답지 않게 행색이 촌스럽다, 로스차일드 임원이 살기엔 너무 후진 동네(?)에 산다더라는 식이었다. 졸지에 사기꾼으로 몰린 이 미국인이 적절한 사과를 받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작은 소동이긴 했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변호사는 조금 유별난 경우였지만, 나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발 빠르게 사실 확인을 하는 모습을 보며 블록체인 업계 사람들이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무척 높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런 환경에서도 과연 쉽게 암호화폐 사기를 도모할 수 있을까. 얼마 전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이 <코인데스크코리아> 인터뷰에서 한 말이 다시 떠오른다.

“많은 거품이 사라지면서 ‘이거 함부로 뛰어들 시장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하게 된 것 같다. 큰 예방주사를 맞은 거다. 그래서 ICO와 거래소를 열어도 국민들이 함부로 뛰어들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국정감사를 통해 민병두 정무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국회의원들이 암호화폐공개(ICO)와 거래소 규제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개인적으로 암호화폐 공개에 대해 전향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실제로 정부가 암호화폐와 관련 산업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킬지는 아직 예측하기는 이르다. 다만 진지하게 블록체인 사업에 임하고 있는 이들과 사기꾼들을 가려내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블록체인 전문매체의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의 격언 비슷한 게 있다.

“믿지 말고 검증하라.(Don’t trust, verify.)”

 




 

*이 칼럼은 <한겨레신문> 10월25일치와 인터넷한겨레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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