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김태권

 

세라는 T리와의 빅매치를 광고하고 중계했다. 저번 매치에서 서로 사적으로 크게 싸우고 있는 것을 본 뒤라서 사람들의 관심이 커져있었다.

둘은 처음 만나던 순간부터 계속 싸웠다. 세라와 T리는 싸울수록 대중들한테 인기가 많아졌다.

T리가 싸운 후에 푸념하거나 사죄하는 동영상들을 재미있게 만들어서 올리기 때문이었다. 베벌리힐즈 거리에서 그와 피카츄와 외계인이 함께 춤추며 돌아다니며 러브송을 부르는 혼합현실 애니메이션을 즉석에서 만들기도 하고, 세라가 잘해 준 날에는 새벽까지 기뻐서 잠을 못 이루고 와플을 수십 개 쌓아놓고 시럽을 뿌려가며 즐겁게 먹는 소리를 올리기도 했다.

가끔은 인공지능 도구로 세라의 모습을 여주인공으로 만든 간단한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서 사죄를 하기도 했다. 창의적이지만 지극히 사적인 그의 콘텐츠를 대중은 즐겁게 받아들였다.

-지금이야. T리. 노출할게.

세라는 말풍선 안에 모른 척하고 코드를 전송했다. 중계는 녹화되고 있었고, 그 코드를 알아본 사람들 중에는 자신들만의 DEX 프로젝트를 깃허브(github)에 올리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변형해 또 다른 티켓 및 작품 거래가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져서 공개되고,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2주가 지나지 않아 많은 수의 독립 티켓 및 작품 거래가 가능한 DEX들이 등장했다. 이렇게 되자 레드존의 수 많은 작품들과 티켓 거래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던 티킷과 워터밤의 인기는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까지 내려갈지는 몰랐는데. 티킷과 워터밤의 점유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

아성이 말했다.

-이거 정말 무서운데? 그렇지만, 너희들의 이런 전략이 블루존에는 먹히지 않아.  우리 존은 이미 티킷이나 워터밤과 같은 거대한 권력을 가진 거래 플랫폼에 의해서 독점되어 있지 않고, 꽤 괜찮은 여러 서비스와 플랫폼들이 경쟁하고 있어. 자잘하게 사용방법만 복잡한 것들이 왕창 만들어진다고 해도, 고객의 경험이나 서비스의 질, 그리고 매우 낮은 수수료 등이 이미 정착하고 있기 때문에 되려 레드존의 이상한 소문을 듣고 쓸데 없는 것을 만드는 사람들만 늘어나면 현실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없고 혼란스러워지기만 한다고 ...

민이 경고했다.

-알았어. 거기까지만. 나 지금 욕 들으러 가야한단 말이야.

세라가 말했다.

-티킷과 워터밤 긴급이사회가 지금이야?

T리가 물었다.

-이사회가 사외고문 자격으로 너도 불렀을텐데.

세라가 말했다.

-아, 미안. 난 못 가. 양복 입은 사람들이 다섯 명 이상 모인 곳에 가면 호흡곤란이 와서.

T리가 말했다.

-그런데 대의원을 하겠다고?

세라가 물었다.

-은화가 예쁘잖아. 내 금화와 세트로 잘 어울려.

T리의 말에 세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참석 할 수도 있어. 만약 네가...

-됐어.

세라는 T리의 입을 막았다.

 

 

 

긴급이사회에는 모든 상임이사들이 한사람도 빠짐없이 모여서 사안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이사님들에게 저희가 배포한 자료는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긴급이사회 모집을 한 시점에서 티킷과 워터밤의 점유율은 단 2주일 만에 점유율이 50%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현재도 그래프가 급격하게 꺾이고 있습니다.

의장은 침통했다.

-티킷과 워터밤에서는 현재 혼합현실 중계로 월드컵, 올림픽, 각종 콘서트, 수퍼볼 등의 티켓 거래를 중개하고 있었으나 혼합현실 월드컵 중계의 점유율은 87%에서 35%로 내려간 상태입니다. 이 정도의 수치 급락은 본 적이 없습니다. 브리핑은 이 정도로 하고 발언 시간이 있겠습니다. 테스 전임 회장님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하셨습니다. 그럼 현 소유주이신 세라 공주님에게 현 사안에 대한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세라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곱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사실상 주인인 티킷과 워터밤을 해칠 수 있는 코드의 링크를 스스로 뿌렸다는 게 아무리 실수라 하더라도 큰 잘못이었다.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측도 많았다.

세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상하게도 테스도 안보였지만 그녀의 오른팔인 네수스 이사도 보이지 않았다. 티킷과 워터밤에서 정말 손을 뗀 걸까? 세라는 의문이 들었다.

-제가 회장에 선임 되자마자 막대한 잘못을 해서 주주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음에 사과 말씀 드립니다. 하지만 오픈소스 공개는 누가되든 시간문제였을 뿐이며 블록체인 플랫폼 상에서는 전임회장님이 마지막으로 설정해놓고 가신 티킷과 워터밤의 수수료율은 적용이 불가하다는 것을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이에 저는 전격적으로 1.5%의 수수료율과 몇몇 서비스 개선을 제안합니다. 티킷과 워터밤이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뿐이라고 생각하니 부디 이사 여러분의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세라가 말했다.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발언에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며칠 전이라면 저도 반대표를 냈겠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군요. 1.5% 수수료율에 동의합니다.

회의장 문이 열리고 나타난 네수스가 자리에 앉자말자 말했다. 회의를 하고 말고 할 필요가 없었다. 이사들의 대부분은 테스의 편이었다.

단 2주 만의 일이었다. 플랫폼의 생존을 위해 티킷과 워터밤의 수수료는 예전과 같이 1.5%로 내리는 중대 결정이 이어졌다. 갑작스럽게 열린 긴급이사회는 갑작스럽게 끝났다.

순식간에 일어난 이런 일을 아무도 예상 못했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오프라인과 다르게 온라인에서는 변화와 속도가 매우 빨랐다. 언론은 온라인 체계에서 급속하게 벌어지는 생태계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1.5% 달성을 기념하는 아성과 T리, 세라의 프라이빗 축하 파티에 민도 초대되었다.

-바닷 속이라니, 파티하기에는 좀 특이한 장소인데?

민이 말했다.

-유크로니아 바다는 세팅이 복잡해서 해킹이 어려워. 프라이빗 파티를 하기는 좋지. 언제까지나 이렇게 숨어있긴 싫지만 지금은 조용히 축하하자.

세라가 말했다.

-아성은 어디 있어?

민이 물었다.

-항상 있는 곳에 있겠지.

T리가 샴페인을 마시며 말했다.

아성의 아지트에서는 유크로니아 전체를 들여다 볼수 있었다. 레드, 화이트,블랙, 블루존이 전광판에 지도로 나타나 있었다.

 


본격 블록체인 SF <더 파이브> 소설만 연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씩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설명을 소설에서 제시된 배경과 용어 등에 대해 기술 에세이 형식으로 백그라운드 해설서를 제공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동시에 교육적인 목적도 달성하고자 합니다. 지난 수 주간의 연재에 등장한 이야기 중에서 배경이 된 지식과 사건 등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DEX (Decentralized EXchange)

블록체인과 관련한 다양한 비판들 중에서 가장 흔히 나오는 이야기가 중앙집중화된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한 것들입니다. 토큰 경제를 이용해서 분산화된 사회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이상과 달리 현실의 화폐들을 주식거래 하듯이 암호화폐를 사고 팔면서 수수료를 얻어가는 모델 자체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과도하게 집중화된 거대 거래소가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토큰을 상장시키는 데에 강력한 권력을 이용해서 과도한 수수료를 가져가거나, 상장 자체에 대한 불공정성 시비에 대해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한 중앙집중화된 거래소는 해커들의 공격 목표가 되기 쉽기 때문에 해킹이 실제로 되는 경우도 많았으며, 정부 등의 권력기관의 제제조치 등에도 개인들이 대응하지 못하는 단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거래소가 충분히 분산화가 되었다면 사실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각 개인들이 암호화폐 지갑을 보유하면서, 동시에 이들 간의 직접적인 거래를 하는 거래소 기능이 붙어있는 소프트웨어 또는 프로젝트 등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 경우 거래소 기능이 분산화가 되므로 이를 DEX 라고 부릅니다. 이는 개인들의 지갑간 거래를 직접 P2P로 하는 것과도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DEX 에는 백업이나 거래의 안전과 관련한 여러 프로토콜 등이 활용되기 때문에 P2P 교환보다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꽤 여러 프로젝트가 DEX 기능을 선보인 바 있지만, 아직은 소프트웨어의 설치와 사용 등의 편의성 등의 문제로 크게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블록체인의 철학을 감안할 때 향후 적용의 확대가 기대된다고 하겠습니다.

깃허브 (Github)

현재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저장소이자 공유 플랫폼입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상당 수는 깃허브에 소스코드를 공개해서 그들의 기술도 검증받고, 보다 많은 개발자들이 관련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제네시스 블록 (Genesis Block)

<더 파이브> 소설의 유크로니아 탄생의 비화와 관련한 떡밥을 던지고 있는 제네시스 블록은 블록체인이 시작되는 최초의 시초 블록을 말합니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블록들의 연결로 구성되는데, 첫 블록이 생성되면 그 다음의 블록은 앞의 블록의 위치를 암호화된 해쉬 값을 통해 가리키는 방식으로 연결이 됩니다. 이는 암호화 알고리즘을 통해 검증이 되는데, 첫 번째 블록의 경우 그 앞의 블록이 없으므로 처음 해당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구현한 사람이 직접 생성해야 합니다. 제네시스 블록의 첫 번째 해쉬 값은 임의로 작성할 수도 있고, 어떤 의미를 가진 코드를 넣을 수도 있는데, 이 해쉬의 패턴이 어떤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 패턴이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유크로니아에는 레드, 블루, 화이트, 블랙이라는 4개의 존이 존재하며 이들의 블록체인은 각각 다른 제네시스 블록에서 시작된 것으로 근본적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들 간의 연계를 위해 아성이 개발한 옐로우 존의 여러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동작하고 있으며, 에이전트의 알고리즘에 따른 판단을 적절하게 각 존의 블록체인 소프트웨어들이 반영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의 착오로 14화가 먼저 공개돼 다시 14화를 삭제하고 13화를 다시 공개합니다. 혼란을 끼쳐 죄송합니다.(수정 일시: 2018년 9월23일 오후 2시20분)

 

<다음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12화 타협할 것과 아닌 것

11화_유크로니아 왕위 계승과 세금 인상 

10화_세이무어와 테스의 회합

9화_블랙존에서 열린 총회 

8화_아버지가 남긴 것

7화_ 예술가들의 천국

6화_세라, 유크로니아 16번째 달의 이름

5화_VR과 AR이 조합된 게임월드, 시험운영은 끝났다

4화_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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