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에서 쌓은 '업력'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팀이 있다. 지난 5월 한국과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한 '링카( LINKA)'다.

링카는 블록체인 기반 종합 금융 플랫폼 회사로, 카드사에서 지급결제 분야에서 평균 20년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인 팀이다.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경력에서 나오는 업력과 노하우. 기존 금융사에서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만 가지고 등장한 스타트업과는 다르다는 자신감이다.

"우리 팀에는 국내 및 해외 카드사 출신이 많다. 기존 금융사, 카드사에서 여러 상품을 출시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서비스 출시부터 프로모션까지…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팀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이정욱 링카코리아 공동대표는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링카 사무실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정욱 링카 대표. 지난 9월 1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링카 사무실에서 이정욱 대표를 만났다. 사진=한수연 기자
지난 9월 1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링카 사무실에서 이정욱 링카코리아 공동 대표를 만났다. 사진=한수연 기자

팀의 면면을 좀 더 살펴보자. 이 공동대표는 IBM코리아의 사업개발 전무로 재직하며 블록체인 감각을 키운 바 있다. 그와 함께 링카코리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정혁 공동대표는 한국은행에서 전자금융팀장을 지낸 전자금융 전문가다. 현재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자율규제위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두 공동대표 외에도 여러 대형 카드사에서 지급결제 업무를 맡았던 나주엽 부대표, 신한카드에서 결제 사업을 담당했던 최희식 COO 등이 팀에 있다.

링카가 내세우는 '업력'을 바탕으로 하려는 것은 '소비가 소득이 되는' 금융 생태계다. 김정혁 공동대표는 "새로운 핀테크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우리는 금융사에서) 다 경험해 봤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반 종합 금융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시장 노리는 링카


링카는 지난 9월 암호화폐를 접목한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베타 버전의 링카 앱을 출시한 곳은 한국. 하지만 링카가 노리는 시장은 한국이 아닌 동남아시아다.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한국에서 파일럿 서비스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링카가 동남아시아를 주요 시장으로 삼은 데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국내의 규제 상황이다. 김 공동대표는 "국내에는 규제 부분에 있어 리스크가 있다"며 "우리는 필리핀,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베트남 등 5개 나라를 첫 타깃팅 시장으로 본다. 이들 중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모두 암호화폐에 대해 오픈돼 있다. 그래서 이 나라들을 먼저 가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쪽은 상대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거의 막혀 있다. 당장 사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나라들은 두 번째 단계에 진출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이유는 동남아시아의 금융 소외 계층, 이른바 언뱅크드(unbanked) 인구가 평균 70%에 이르기 때문이다. 언뱅크드 인구는 지급결제에서 시작해 블록체인 기반 신용 대출로까지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링카의 주요 고객층이다.

 

지급결제부터 크라우드 신용까지


링카는 9월 출시한 지급결제 앱을 발판삼아 차례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정욱 공동대표는 "10월 중 신용 서비스, 11월 중 송금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면서 "12월에는 링카가 그리는 블록체인 종합 금융 플랫폼을 위한 모든 단계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구글플레이 및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링카 앱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앱에는 국내 대형 카드사들의 앱 카드 서비스가 호환돼, 기존에 사용하는 카드를 선택해 결제하면 된다.

링카의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 사용 모습. 사진=한수연 기자
링카의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 사용 모습. 사진=한수연 기자

 

링카 앱을 통해 상품 및 서비스를 결제하면 결제액의 10%에 상응하는 암호화폐를 보상받을 수 있다. 보상은 링카가 ERC-20 기반으로 만든 링카토큰으로 받는다. 링카는 총 20억 개의 링카토큰을 발행하고 이 중 일부를 리저브로 보유하고 있다. 이 리저브로 초기 사용자 보상을 한다. 리저브가 바닥난 후에는 자기 자본금으로 링크토큰을 사들여 보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현재 1 링카토큰의 가격을 정하고 있다"며 "10월 중 거래소 상장이 목표인데 상장 후에는 시장 논리에 따라 링카토큰 가격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6개월에서 1년 후면 링카의 생태계가 자리 잡아 우리가 토큰을 사들이지 않아도 링카토큰의 가격 그래프가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링카 앱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링카가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밖에 없다. 링카는 가맹점 수수료가 없다는 점, 모바일 포스(POS) 앱만 설치하면 돼 도입 비용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가맹점 유치에 힘쓰고 있다. 이 공동대표는 한국에 이어 이달 중 싱가포르에서 링카 앱을 출시한다고 밝히며, 이때 가맹점 계약을 맺은 현지 오프라인 매장도 공개한다고 했다. 링카는 프랜차이즈 사업자를 중점적으로 가맹점 계약에 나서고 있다.

링카 앱이 지급결제 자체를 블록체인 기술로 서비스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약 25명이 모인 개발팀이 이더리움 기반 프라이빗 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독자 메인넷 출시할 계획이다. 사실상 현재는 앱카드의 지급결제 기술에 암호화폐 기반 토큰 이코노미를 적용한 모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탈중앙성은 이달 중 선보일 예정인 '신용 서비스'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다고 한다.

 

 

링카 신용 플랫폼 개념도. 이미지=링카 홈페이지

링카는 3가지 방법으로 사용자에게 블록체인 기반 신용을 부여할 계획이다. 먼저 링카에 등록하면 기본 신용을 부여한다. 또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링카 월렛에 보관하면 이를 담보로 신용을 부여한다.마지막으로 블록체인 기반 평판 시스템을 통한 신용을 부여한다. 링카는 이렇게 만든 신용을 '링카 포인트'라는 일종의 디지털 포인트로 관리할 계획이다.

이 공동대표는 "예를 들어, 링카 월렛에 100만 원에 상응하는 이더(ETH)를 예치하면 80만 원에 상응하는 링카 포인트를 준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 이슈는 주기적으로 예치된 암호화폐의 가격을 평가해 그 변동 폭에 따라 부여하는 신용을 조절하는 것으로 해결한다.

이 공동대표는 또 "향후 스마트 계약을 통한 평판 서비스도 선보여, 평판에 따른 신용도 부여할 것"이라면서 "이런 방식으로 신용을 주는 것은 기존 금융 기관이 신용을 주는 것과 달리 탈중앙화된 방식"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생태계 키우기


결국 문제는 '생태계를 얼마나 키울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 링카 이외에도 토큰 이코노미를 도입한 생태계를 만들고, 이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안에서 가치를 만들려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많기 때문이다.

링카의 나주엽 부대표, 이정욱 대표, 김정혁 부대표(왼쪽부터). (사진=한수연 기자)
왼쪽부터 링카의 나주엽 부대표, 이정욱, 김정혁 공동대표. 사진=한수연 기자

이정욱 공동대표는 "고객과 가맹점을 단시간에 확보하는 것에 성패가 달려 있다"며 "많은 파트너와 손을 잡고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또 "실체 없는 블록체인 기업들과는 달리 우리에겐 탄탄한 콘텐츠와 실체가 있다. 기술적으로도 단계적 로드맵에 따라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정혁 공동대표는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나온 지 1, 2년 됐고 투자받은 것도 상당한데도 블록체인으로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아직 실체가 없다. 에이치닥, 보스코인 등은 ICO를 하고 아직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이젠 블록체인 기업들이 무언가 답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링카가 그 '답'을 줄 수 있다는 포부다.

링카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퍼블릭 세일은 하지 않고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세일만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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