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아르고 데뷔 스테이지' 현장. 사진 블로코 제공.

 

“국내에서 3년 전만 해도 거래소를 제외하면 모두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하는 기업들 뿐이었어요. 공교롭게도 그때 프라이빗 체인을 하던 기업들이 모두 퍼블릭 블록체인을 하는 셈이네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아르고(AERGO) 데뷔 스테이지’ 행사를 마친 뒤에 김원범 블로코 대표가 <코인데스크코리아>에 이렇게 말했다. 아르고는 블록체인 전문업체인 블로코가 만드는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블로코쪽의 공식적인 표현으로는 자신들을 ‘아르고의 기술지원 파트너’라고 한다. 국내에서 규제로 인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퍼블릭 블록체인 사업을 하기가 어려워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모든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해외에 ‘법인(legal entity)’ 혹은 ‘재단’(foundation)을 두고 있다. 법률적으로 별도의 법인(재단)이지만, 기존 국내 기업의 주요 인사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기업이 퍼블릭 블록체인 사업을 하기 위한 고육책에 가깝다.

이날 행사는 2014년 12월에 창업해 프라이빗 블록체인 분야에서 업력을 쌓은 블로코가 퍼블릭 블록체인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포하는 자리였다. 블로코에 앞서 ‘기업들을 상대로 블록체인 사업’(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하던 업체들인 더루프와 코인플러그도 퍼블릭 블록체인에 뛰어들었다. 이경준 데일리인텔리전스 대표가 2016년에 설립한 더루프는 2017년에 스위스에 아이콘재단을 만들어 퍼블릭 블록체인인 ‘아이콘’을 출시해 시가총액 규모 세계 30위권의 암호화폐로 만들었다. 2013년 10월에 만들어진 코인플러그는 지난해 거래소 CPDAX를 만들었고, 올해 초엔 퍼블릭 블록체인인 ‘메타디움’(Metadium)의 청사진을 밝히며 토큰 판매를 진행했다.

블로코와 더루프, 코인플러그 모두 국내에서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며 주목 받았던 2017년 이전부터 블록체인을 ‘서비스’로 만들어 기업들에 보급했다. 블로코는 현대차,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경기도 등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전자문서 관리와 인증, 따복공동체 지원사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해왔다. 더루프는 교보생명, 금융투자협회 등과 함께 개인인증과 보험급여 지급 시스템 등에 블록체인을 접목했다. 코인플러그는 KB국민카드 등과 블록체인 본인인증 서비스 등을 구축했다. 2017년 이전에 국내에 사업 이력이 있는 블록체인 전문 업체들은 손 꼽을 정도였고, 이 세 업체가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세 업체는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퍼블릭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더루프를 창업한 이경준 아이콘재단 의장은 “증권사, 병원, 보험사, 대학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 블록체인을 구축하다가 각 체인들이 연결되면 좋겠다는 고객의 수요를 발견했다”고 <코인데스크코리아>와의 인터뷰(2018년 5월 4일자)에서 밝혔다. 아이콘이 지향하는 것은 체인과 체인을 연결하는 ‘인터체인’이다. 코인플러그는 개인의 본인인증에 특화된 블록체인을 구상하고 있다. 메타디움쪽은 <코인데스크코리아>에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운영하면서 본인인증하는 서비스로 블록체인 뿐 아니라 본인인증을 요하는 기존의 비즈니스에도 접목할 예정”이라며 “조만간 시피닥스(코인플러그가 운영하는 거래소)의 로그인에도 메타디움의 인증 서비스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고는 기업과 일반 대중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지향한다. 6일 행사에서 필 자마니 아르고 이사는 “블로코의 기술력으로 그동안 블록체인 대중화의 장애물이었던 낮은 성능과 미흡한 기술지원 등의 문제를 해결해 다양한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고의 이사이자 블로코의 CTO인 박헌영 이사는 “아르고는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된 프라이빗 체인에 유동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의 수요에 맞게 구축된 프라이빗 블록체인과는 달리 퍼블릭 블록체인은 영업기밀의 유출 등의 이유로 정작 기업들은 퍼블릭 블록체인을 꺼릴 수도 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 참여했던 신승훈 현대차 과장은 “현대차가 보안서약 문서인증 서비스로 블로코의 기술을 사용했는데, 아르고가 우리의 기밀을 완전히 보호해준다는 확신이 없으면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이지민 아르고 이사는 “퍼블릭 체인에서 따로 브랜치(가지) 체인을 구성해 기업의 기밀 정보가 유출될 위험 없이 처리할 수 있다. 우리는 기업들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도 참여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아르고와 아이콘, 메타디움은 자리 잡은 위치와 개발 진척상황이 상이하다. 아르고는 홍콩에 있는 법인이고, 아이콘은 스위스의 ‘비영리재단’이다. 메타디움은 케이만군도에 위치한 법인이다. 아이콘은 이미 메인넷을 출시하고, 토큰 스왑을 준비 중이다. 아르고는 내년 1분기, 메타디움은 내년 2분기에 메인넷을 출시하겠다고 ‘백서’를 통해 밝히고 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구축했던 기업들이 속속 퍼블릭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에 대해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코인데스크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기술과 비즈니스 등 모든 면에서 전세계 블록체인 시장을 퍼블릭 체인이 이끌고 있다. 시장의 규모와 참여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공유경제의 실현 등 여러 관점에서 봐도 프라이빗 체인의 퍼블릭 체인으로의 전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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