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 지지자들 앞에서 Kik의 CEO 테드 리빙스턴이 발언을 하는 모습. 코인데스크.

 

"장기적인 관점에서 암호화폐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요즘 가장 활발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벤처캐피털 유니온스퀘어 벤처스의 파트너 프레드 윌슨이 전반적인 암호화폐 시장 전망과 함께 특히 킨(Kin) 토큰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내놓은 답이다. 킨 토큰은 메시징 앱 킥(Kik)이 만든 암호화폐로 곧 공개될 예정이다.

윌슨이 대담에 나선 이 행사는 맨해튼 프린스 스트리트에서 킥이 주최한 행사였다. 모인 사람의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 소규모 행사지만, 프레드 윌슨 같은 사람을 불렀다는 건 대충 준비한 행사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 인도, 호주를 비롯한 전 세계 13개국에서 뉴욕을 찾은 청중 28명은 한 명 한 명 킥이 초대해 모셔온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킥의 이더리움과 스텔라 토큰을 보유한 사람들로 보였다.

킥은 뉴욕에 모인 사람들을 킨 토큰의 첫 번째 홍보대사로 임명할 생각으로 보인다. 이들은 레딧, 텔레그램, 그리고 킥 메신저의 게시판과 단체 채팅방 등 어디든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서 킨 토큰을 알리는 일을 맡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한 말인 만큼, 전반적인 낙관과 불확실성 때문에 생긴 다소간의 혼란, 우려가 뒤섞인 윌슨의 답변은 그저 시장에 한창 나도는 이야기를 옮긴 정도를 넘어 청중과 생각이 대체로 비슷함을 밝힌 것과도 같았다. 행사에서 윌슨에게 소임이 하나 있다면, 킥이 모셔온 미래의 홍보대사 후보들이 킥이 구축하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진정으로 믿게 만드는 것이었다. 킥의 블록체인 생태계란 곧 디지털 세상에서 킨 토큰을 매개로 다양한 사업을 펼 수 있는 모델이자 플랫폼이다.

"솔직히 내가 낸 아이디어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힘을 합치고 생각을 보탠 여러 사람 가운데 나도 분명히 있었다. 나는 킨 토큰과 킥의 블록체인 생태계가 훌륭한 구상이라고 생각한다."

윌슨이 그날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던 코인펀드의 CEO 제이크 브루크만과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코인데스크도 이 행사에 초대를 받았다. 이틀 동안 열린 행사 중에 킥의 CEO 테드 리빙스턴과의 인터뷰도 진행됐다. 인터뷰에서 리빙스턴은 2년 전 페이스북의 제품에 완패해 시장점유율을 거의 다 빼앗겼을 때만 해도 자신은 빈털터리나 다름없었고, 킥의 운명도 풍전등화였다고 말했다.

이때 프레드 윌슨이 유니온스퀘어 벤처스의 투자자 가운데 암호화폐 관련 전략에 밝은 이들을 한데 모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리빙스턴은 그때 받은 도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투자자들이야말로 정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성과를 이루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온라인 광고시장을 사실상 빈틈없이 장악하고 있던 때였다. 메시징 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방안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이때 투자자들의 조언을 토대로 리빙스턴과 킥이 착수한 작업은 결국 "새로운 통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새로운 경제 모델의 기반은 당연히 공동체였다. 킥이 초기 지지자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특히 애를 많이 쓴 것도 결국 초기 지지자들을 통해 킥이라는 플랫폼을 널리 알리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해 그 위에 만든 서비스를 팔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킥이 분명히 엄선했을 초기 지지자들 가운데 킥 메신저를 써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롭다. 리빙스턴과 인터뷰를 하던 중 청중을 향해 킨 토큰 계획이 알려지기 전부터 킥을 자주 이용했는지 물었다. 대여섯 명 남짓 손을 들고 말았다.

킥이 처음 ICO 구상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기존에 확보해둔 이용자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등장할 암호화폐 기반 소셜미디어 경쟁업체들보다 훨씬 유리할 것이고, 이는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리빙스턴이 잘라 말했듯 킥 이용자들은 (암호화폐 분야로 전환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

암호화폐 여름 캠프

프린스 스트리트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마치 학창시절 여름방학 때 갔던 캠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어찌 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이 모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온라인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해도 모임에 온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서로 얼굴을 처음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내 일정 수준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처음에는 다소 서먹하던 분위기를 걷어내고자 진행한 자기소개 시간이 효과가 있었다. 볼티모어의 딜런 킹(Dillon King)이라는 사람이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저 딜런입니다."

청중 사이에서 박수가 나왔다.

"근데 저 실제로 보니 요다처럼 안 생겼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킹은 킨의 텔레그램, 레딧 채널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이용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코인데스크에 자신이 일종의 선생님 역할을 맡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킹은 청중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보라색 티셔츠에 검은색 지퍼가 달린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리빙스턴이 거의 매일 입는 복장과 똑같았다. 킹은 마침내 킥의 운영진과 이렇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기쁘다고 말했다.

"계속 무언가 녹화하고 있기라도 한 듯 쉼 없이 말해야 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도 좋다. 일단 킥의 관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만나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과 다를 바 없이 친구를 사귀고 서로 믿음을 주고받는 사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꽤 오래전에 입증됐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서의 삶은 여러모로 실제 삶과 같을 수 없는 것으로 취급된다. 킨은 바로 이 점을 해결하고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 현실성을 더하는 것, 혹은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더욱 허무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를 사용했으면 하는 생각은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누구나 다 하는데, 여기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 바로 경제 체제를 만드는 것, 바로 사람들이 실제로 암호화폐로 대가를 지불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그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리빙스턴은 청중들에게 바로 인터넷상에서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전히 디지털상에서 운영되는 시장이 실제로 가능하고 전망이 밝다는 점을 이해하고 믿는 사람을 홍보대사로 뽑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리빙스턴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디지털 시장을 얼마나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느냐인데, 그는 사람들이 킨 토큰으로 물건을 사고팔 때 아예 킨 토큰과 달러나 엔 등 법정통화와의 환율을 염두에 두지 않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즉,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는 실물 화폐로 재화를 거래하고, 온라인에서는 바로 화폐 역할을 킨 토큰이 하는 세상이다. 점심때 회사 옆 식당에서 밥을 사 먹고 낸 돈이 킨 토큰으로 얼마였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처럼, 반대로 디지털상에서 어떤 서비스를 구입하고 치른 킨 토큰이 실제로 몇 달러에 해당하는지 생각하지 않는 세상이다.

홍보대사 후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봤더니, 암호화폐의 가치가 안정적이지 않은데 이를 매개로 안정적인 경제 모델을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호주에서 왔다는 윌 기칸디는 코인데스크에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여러 가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질의응답 시간마다 발표자에게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분명히 그도 이 모든 시스템이 정말로 작동하면 좋겠다고 믿는 것 같았다. 단지 아직 정확히 어떻게 이를 구현하겠다는 건지 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돈 때문에? 돈 때문에!

돈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매달려있는 건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킨 토큰이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하다.

리빙스턴의 이 말은 행사 내내 가장 큰 박수를 받은 말이기도 했다.

여기서 리빙스턴이 구상하고 있는 것이 실로 얼마나 큰 그림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킥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가 디지털상에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것을 토대로 돈을 벌 방법을 찾지 못해 고전을 거듭했다. 킨 토큰은 바로 이런 회사들이 광고수입 혹은 이용자들이 내는 돈 없이도 수익을 내고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의 매개체인 셈이다.

리빙스턴은 경제 모델을 지탱하는 두 축 가운데 하나로 먼저 암호화폐를 꼽았다. 그리고 그 암호화폐를 실제로 사용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내는 개발자에게 보상을 지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또 다른 축이라고 설명했다. 킨 보상엔진(Kin Reward Engine, KRE)으로도 불리는 두 번째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관한 부분은 특히 낯설다. 비영리단체인 킨 재단이 관리하는 킨 보상엔진은 기본적으로 개발자들에게 이용자들이 킨 토큰으로 거래하고 사용하는 데 적합한 앱을 만들도록 보상 체계를 만들어 놓았다.

"개발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이용료를 받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구축하고자 하는 경제 모델은 소비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다."

누군가 고객이 화가에게 사진을 보내고 화가가 그 사진 속 인물이나 풍경을 소묘로 그려주면 고객은 화가에게 킨 토큰으로 대금을 치르는 앱을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고객이 지불한 킨 토큰은 전부 화가에게 간다. 킨 토큰경제 안에서 해당 앱의 사용량에 따라 개발자에게 별도로 보상을 지급하는 건 킨 보상엔진의 몫이다. 킨 보상엔진은 전체 킨 토큰의 60%를 항상 보유하고 있게 돼 있다.

프레드 윌슨은 킨 보상엔진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킨 토큰경제에 참여함으로써 곧 혜택을 누릴 만한 기업들이 자신이 투자한 기업들 가운데만 해도 꽤 많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오히려 개별 회사보다도 개발자들이 좋은 앱에 관한 아이디어만 가지고 선점 효과를 누리기 좋은 시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테크 기업들이 앞으로 성공하는 족족 엄청난 토큰을 벌어들일 것이 자명하다는 판단 아래 유니온스퀘어 벤처스는 투자대상 기업들과 별도로 "토큰 교환 협약"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협약에는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토큰)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옵션이 대개 포함돼 있다. (ICO로 출시한 토큰은 대상에서 제외)

개발자들이 언제부터 킨 보상엔진을 기반으로 한 앱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이 청중 가운데 나왔다.

리빙스턴은 즉답을 피했지만, 대신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한에서 몇 가지 기준을 언급했다. 그는 킥의 핵심과제로 다음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수백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실제로 킨 토큰으로 수입을 올리고 그 수입을 거래 지불 수단으로 쓰는 고객들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셋째, 실제로 작동하는 인센티브 체계를 갖춰야 한다. (킨 보상엔진이 여기에 해당)

그는 경쟁업체가 위의 세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선점하게 되면 킨 토큰이 꿈꾸는 위상은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누가 가장 앞서가고 있느냐? 우리도 잘 모른다.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아마 없을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Brady Dale Brady Dale is a senior reporter at CoinDesk. He has worked for the site since October 2017 and lives in Brook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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