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사전을 뒤져본다 하더라도 이 질문에 정확한 답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이 단어가 만들어진 시기 역시 알기 어렵지만, 사람들은 대개 최초의 암호기반 자산인 비트코인을 그 답으로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매우 다른 여러 기술이 이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오늘날, 기회주의자와 투자자, 회사와 개인들은 이 단어에 대해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한편, 어떤 암호화된 자산은 본질적으로 이러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스타트업 리플이 만들고 있는 XRP일 것이다. 암호화폐 가운데 시가총액 3위인 XRP는 대형 은행을 위한 기술 중 하나에 사용되는 플랫폼이다.

올해 초, XRP는 결제를 보조해주는 역할을 벗어나 그 자신의 가격이 $0.30에서 거의 $4로 상승했다. 가격은 다시 내려갔지만, XRP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으며, 새로운 지지자들은 XRP 관련 기사와 제휴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비트코인과 XRP는 다르다. 어떤 이들은 이 둘을 모두 “암호화폐”라 부르는 것은 마치 과일을 야채라 부르는 것과 같다고 느낀다.

“다시 말하지만, XRP는 암호화폐가 아니다.” 비트코인 토크의 사용자 “leopard2”가 최근 쓴 글이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XRP를 암호화폐라 부르지 않는다. XRP는 화폐가 아니다.” 리플의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는 지난 2월 야후 파이낸스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암호화폐 대신 “디지털 자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사실 이 말이 꼭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업계에서 토큰, 자산, 유닛, 화폐 등은 별 차이 없이 쓰이고 있다.

XRP가 암호화폐의 정의에 들어맞건 아니건, 리플에 사용된 기술에 대한 설명과 이와 관련된 논쟁을 살펴보는 것은 리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XRP는 중앙화되어 있다

XRP에 대한 가장 주된 비판은 XRP가 “탈중앙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 사실이 잘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탈중앙화는 암호화폐 지지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중앙의 권위 있는 기관이 사용을 막거나 통제할 수 있는 기존의 화폐 체계와 암호화폐를 구별해주는 결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탈중앙화된 암호화폐”의 지지자들은 어떤 중앙의 통제 없이 정보가 자유롭게 (약간의 제한은 있지만) 오가는 인터넷을 탈중앙화된 시스템의 예로 든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탈중앙화가 너무 비효율적이라 말하며 이를 포기할 수 있는 하나의 특성으로 생각한다. 리플의 개발자들은 XRP가 다르게 작동하며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탈중앙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따라서 이 문제의 진정한 논점은 XRP가 얼마만큼 중앙화되었는가가 아니라, 완전히 탈중앙화되어 있는 비트코인에 비해 가상의 돈으로 과연 더 잘 작동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XRP 반대측: 어떤 이들은 XRP가 (이 분야의 또 다른 신조어인) 암호경제에 어떠한 새로운 혁신도 더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리플이 유니크 노드 목록(UNL)이라 불리는, 거래를 검증할 수 있는 노드들을 직접 선택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그리고 다른 암호화폐에서는 누구나 거래를 검증하는 노드가 될 수 있다.

사실 지난달 공개된 리플에 대한 보고서에서 한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는 XRP의 “목적이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리플은 마이크로소프트나 MIT 등 다양한 이들을 거래를 검증하는 XRP 노드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리듬 자체가 다른 노드들은 리플 사의 노드를 신뢰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리플 찬성측: 리플의 개발자들은 XRP가 더 빠르고 더 확장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암호화폐보다 더 낫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많은 전기가 드는 비트코인의 작업증명 방식에 비해 더 적은 비용으로 안전성을 보장한다고 말한다.

리플의 최고 시장 경영자인 코리 존슨(Cory Johnson)은 XRP가 “바보 같은” 다른 코인과 자산 중에서 “고유한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리플의 개발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사의 블로그를 통해 XRP를 탈중앙화할 계획이라 말해 왔다. 이를 언급함으로써 얻게 되는 장점이 있다. 비록 리플 사는 반기지 않지만, XRP를 이용해 ICO를 하려는 등의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이 이미 나타났다.

일찍이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리플의 CTO 스테판 토마스(Stefan Thomas)는 미래에는 XRP가 더 많은 검증 노드와 프로토콜의 개발을 통해 비트코인보다도 “더 탈중앙화”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그와 다른 리플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한 약속을 지켜왔다고 주장한다.

한때 XRP 소스가 공개되지 않았던 시절, 비판자들은 리플의 소스 공개 약속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2013년 리플은 다른 개발자들이 볼 수 있도록 “풀 노드” 소스를 공개했고, 사용자들은 처음으로 당시에는 리플 사가 독점한 온라인 토큰이나 다름없었던 XRP 네트워크에 합류할 수 있었다.

지난해 55개의 검증 노드를 추가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탈중앙화로 가는 경로를 잘 밟아왔기 때문에, 리플 개발자들은 앞으로의 계획 또한, 비록 그 계획이 아무리 야심 찬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믿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리플사와 XRP의 관계가 모호하다

리플사와 XRP는 이름만 같은 것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 블룸버그의 보고서는 XRP 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를 증권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고 썼다. 이는 리플사가 XRP를 주요 거래소에 상장하려 했을 때, 그리고 그 시도가 실패하리라 예측했던 언론 기사에서도 나왔던 주장이다.

“XRP가 리플사의 주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규제 기관이 XRP를 증권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보고서의 표현이다.

이 내용은 즉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다.

리플 반대측: 비판자들은 XRP가 발행된 형태가 ICO의 변형으로 볼 여지가 다분하며, 따라서 XRP는 증권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XRP 원장(당시에는 리플 합의 원장이라 불리던)이 만들어진 이후, XRP는 오늘날 “에어드롭”이라 불리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인기 비트코인 포럼 사용자들에게 주어졌다.

이를 지지하는 또 다른 상황 증거 중에는 바로 리플사의 임원들이 XRP의 가격이 올라갈 때 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있다.

비판자들은 지난 몇 달처럼 XRP의 가격이 상승할 때 리플의 임원들이 이를 활용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최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리플의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XRP를 “글로벌 지불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종류의 자산”이 탄생한 것이라며 자화자찬했다.

특히 XRP가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시기에는 이들 역시 XRP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비판자들은 만약 리플사가 XRP를 진정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다면, 일관성 있게 이를 홍보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증권법이 허용하는 한도 안에서)

리플 찬성측: 하지만 다수는 XRP가 증권으로 취급되리라는 주장을 그저 하나의 가설로만 생각한다.

예를 들어, 비록 대형 은행이 XRP를 사용하게 되고 수요가 증가하면 리플사가 이득을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리플사의 사업이 암호화폐 XRP의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XRP의 지지자들은 XRP의 목적이 매우 명확하다고 주장한다. 곧, 더 빠르고 값싼 금융 상품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또한, 리플사가 XRP에 대한 관점을 번복했다고 말하는 것은 공정한 표현이라 할 수 없다.

비록 리플사는 예전과 같은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다수의 리플 주요 개발자와 연구자들은 XRP가 토큰이라 말하고 있다.

 

은행은 XRP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리플은 언제나 자신들을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의 파트너라 말해왔지만, 정작 금융기관이 XRP를 반드시 써야 할 이유를 리플은 제공하지 않았다고 많은 이들은 생각한다.

이는 올해 리플의 세 제품인 xCurrent, xRapid, xVia를 다수의 금융기관이 사용하기 시작했음에도 이중 xRapid만이 XRP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리플 반대측: 비판자들은 XRP 가 절대 중요한 용도에 사용될 수 없을 것이라 주장한다. (심지어 어떤 리플사의 고객들은 XRP 가 당장 적용하기에는 너무 불안정하고 위험한 화폐라고 말하고 있다.)

익명의 암호화폐 투자자이자 에세이스트인 P4man은 리플이 통합하려 하는 두 가지 아이디어는 각각 따로 존재할 때만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곧 리플 페이는 지역 커뮤니티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화폐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암호화폐보다 더 앞서 만들어진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것으로 서로 신뢰하는 사람들끼리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든 혁신적인 방법이다. 한편 비트코인은 통제가 필요 없는 새로운 종류의 디지털 화폐이다.

P4man은 리플이 이 두 가지 아이디어를 통합한 것으로,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원래의 목적인 값싸고 빠른 지불이 아닌, 과도하게 복잡한 시스템이 될 것이라 말한다.

P4man은 더 대담한 주장을 내어놓는다. 그와 다른 비판자들은 전체 1,000억 개의 XRP 코인 중 적어도 600억 개 이상을 리플사와 관련 창업자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플사가 XRP를 필요로 하는 유일한 “합리적인 이유”는 바로 암호화폐 붐을 타고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리플 찬성측: 그러나 리플사와 그 지지자들은 은행이 당장 XRP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게 만든 데는 이유가 있으며, 바로 리플사의 원장 제품들이 트로이의 목마 역할이라는 것이다. 일단 리플의 목마를 전 세계 은행이 충분히 사용하게 되면, 그제야 XRP를 금융시스템에 적용할 것이다.

이는 리플사가 xCurrent를 사용하는 회사들에 유동성이 더 높은 xRapid로의 이전을 촉구하는 지금 상황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리플의 수석 암호학자 데이비드 슈와르츠는 XRP 챗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들은 다수의 “결제 경로”를 작동하게 만들어 XRP의 사용성을 높일 것이라며 이런 관점을 밝힌 바 있다.

“예를 들어 시게이트 같은 회사는 전 세계에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 만약 우리 결제 경로를 이용해 다섯 나라로 대금을 지불한다면, 다섯 개의 서로 다른 화폐를 보유하는 것보다 하나의 XRP를 보유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는 XRP 챗 포럼에 이렇게 썼다.

이것이 “상당히 무모한 계획”으로 보인다는 것을 그는 인정하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만약 성공한다면, XRP의 가격은 크게 오를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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