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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서 친구가 올린 사진 보고 뉴스 읽는 동안 돈을 벌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거양득 아닐까?

내 컴퓨터에 지금 쓰지 않고 있는 CPU를 필요한 사람에게 잠시 빌려주고 보상을 받는 P2P 플랫폼을 표방한 골렘(Golem)은 바로 저 일거양득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3년간의 개발과 14차례 소프트웨어 실험을 거친 끝에 마침내 10일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골렘이 출시됐다.

지난 2016년, 골렘 프로젝트를 위해 발행한 GNT 토큰은 20분 만에 동이 났다. 그 20분 동안 모은 금액은 82만 이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3,620억 원 규모다. 이때 유틸리티 토큰을 사둔 투자자들은 곧 골렘의 높은 인기를 실감할 가능성이 크다. 골렘은 이미 이더리움에서 성공적으로 출시된 제1세대 앱 가운데 대표적인 서비스에 속한다.

하지만 제품 개발 속도가 사람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꽤 많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골렘을 창업한 CEO 줄리안 자비스토프스키(Julian Zawistowski)는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말했다.

"보통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이런 일이 흔히 발생한다. 특히 블록체인에서는 우리가 하려는 작업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울지를 대개 얕잡아보고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에게도 딱 그 상황이 벌어졌다."

여전히 골렘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전 세계 CPU 성능을 모은 슈퍼컴퓨터를 완성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럼에도 (테스트넷을 넘어) 골렘이 메인넷에 서비스를 출시한 것은 분명 그 바탕이 되는 기술과 이더리움 구조 자체가 진짜임을 증명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서비스 작동 방식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내 컴퓨터에서 놀리고 있는 CPU를 골렘을 통해 빌려주면 만화영화나 시각효과, 인터랙티브 3D 앱, 비디오 게임 제작에 필요한 컴퓨터 생성 화상(CGI)을 제작하는 블렌더(Blender)라는 서비스가 그 CPU를 빌려 쓴다. 작업에 드는 연산처리 능력 등 CPU 성능을 결제할 때는 GNT 토큰이 쓰이며, 골렘은 블렌더에 직접 CPU를 매칭해 준다. (번역자 주. 에어비앤비에 우리집에 남는 손님방을 올려 여행객에게 빌려주는 것처럼 평소에 놀리는 내 CPU를 골렘 서비스에 올려 연산 작업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 빌려주고 대신 GNT 토큰을 받는 셈이다.)

골렘은 이번에 또 브래스 베타(Golem Brass Beta) 버전을 출시해 이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현실 법정 화폐를 매개로도 작동하는지 시험해볼 계획이다. 자비스토프스키는 "현실에서 어떻게 서비스가 돌아갈지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골렘의 공동 창업자이자 CTO인 표트르 비기스 야니우크(Piotr "Viggith" Janiuk)는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출시는 우리 팀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우리가 메인넷에서도 제대로 굴러가는 쓸모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실제로 서비스는 문제없이 시행되고 있다.

커다란 야망

앞서 살펴봤듯이 지금 골렘은 소프트웨어 고객(예를 들어 블렌더)을 위해 작동한다. 여기서 골렘의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연산처리 능력, 즉 남는 CPU 성능을 내놓아 판매하는 공급자가 있고, 그 CPU 성능을 빌려 쓰려는 구매자가 있다.

공급자는 간단한 하위업무(subtask)를 받게 된다. 수많은 공급자가 제공한 하위업무를 모두 모으면 결국 고성능 컴퓨터로 작업한 것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P2P 네트워크상에 하위업무를 올린다. 그럼 공급자들이 이를 맡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입력한다. 그 결과를 모아 정리하면 구매자는 원하는 결과를 얻고, 작업을 처리하는 데 기여한 이들에게 보상을 지급한다."

자비스토프스키는 이 모든 것이 네트워크 노드 위에서 직접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골렘 자체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아니지만, 골렘은 GNT 토큰뿐 아니라 토큰을 거래한 기록과 거래에 합의한 세부사항까지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 기록한다.

일단 지금 메인넷 서비스를 출시한 가장 큰 목적은 서비스의 근간이 될 경제적 원리, 가정을 시험해보는 데 있다. 또한, 출시한 서비스를 직접 써본 얼리 어답터들에게 사용 후기와 평가를 직접 들어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아주 간단한 골렘부터 시작해서 현재 골렘 서비스가 자체적으로 완벽히 처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직접 이용해볼 수 있다. 어떤 연산, 처리 작업을 맡기면 대부분 몇 초 안에 작업이 완료된다."

야니우크의 말이다.

골렘은 앞으로 블렌더 전용 플러그인을 만들어 골렘 앱과 서비스를 거치지 않고도 CPU 성능을 대여해 필요한 작업을 직접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수요가 많은 인공지능 작업인 머신러닝에 필요한 CPU 성능을 네트워크가 알아서 제공할 수 있게 자동화된 알고리듬을 짜는 것도 가능하다.

야니우크는 "머신러닝은 골렘의 서비스와 철학에 딱 들어맞는 방식으로, 머신러닝과의 접점을 찾는 일은 당연히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일

다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야니우크는 실제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며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설명했다.

"이더리움에서 구상한 작업을 구현하는 일은 할 일이 분명히 정해져 있다. 하지만 실제 제품 생산 단계에 들어가면 상당히 어려워진다. 예상할 수 있는 변수를 모두 고려해본 뒤 대책을 세워둬야 한다. 투자자를 생각하면, 또 서비스를 믿고 이용하는 고객을 생각하면 어느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다."

골렘이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컴퓨터 연산 업무를 작은 단위로 쪼개어 하위업무로 나누어 처리한 뒤 다시 통합해 결과를 도출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골렘은 아직 아무도 연구해보지 않은 분야의 기술적으로 대단히 복잡한 작업에 뛰어든 셈이다.

예를 들어 연산 결과가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하는 인증 작업 정도는 간단한 암호화폐 거래로도 처리할 수 있지만, 다른 종류의 연산 과정을 통합해 처리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일은 몹시 어렵다.

게다가 이더리움에서 작업을 처리하는 데 따르는 문제도 피할 수 없다. 최근 들어 이더리움 기반 앱들은 거래 속도가 느려지고 이용료가 높아지면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에 직면했다.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마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더리움 앱 개발자들이 확장성 문제에 발목이 잡혀 고전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지만 이더리움 기반 게임 크립토키티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던 것처럼 이는 비단 골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문제다. 야니우크는 이에 관해 "우리가 탈중앙화된 시스템에 입각한 솔루션이라고 부르는 것들 가운데 아직 제품으로 구현할 만한 상태에 가까운 단계에 도달한 솔루션은 내가 아는 한 단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자비스토프스키는 현재 상황을 1990년대 웹이 개발되면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던 때와 비교했다. 오늘날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때 개발자들은 수많은 도구 가운데 알맞은 것을 골라 쓸 수 있다. 반면에 1990년대의 개발자들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만들어나가야 했다. 블록체인 환경도 초창기 웹 개발자들이 부닥친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아예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내서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기존에 있는 기구를 조금 손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기구도 없는 상황이니, 아예 처음부터 만드는 수밖에 없다.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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