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출처=한겨레 자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출처=한겨레 자료

한미 경제당국에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대한 경고 메시지가 연달아 나왔다. 이 발언들이 나온 시점과 바로 연결되진 않지만, 올초부터 꾸준히 최고가를 경신하던 비트코인 가격도 23일 전일 대비 14% 이상 폭락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2021 딜북 DC 정책 프로젝트(2021 DealBook DC Policy Project)'에 참여해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인 수단이며, 비효율적"이라며,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 경고했다.

옐런 재무장관은 "비트코인 거래 메커니즘은 널리 쓰이지 않을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거래를 처리하는데, 매우 비효율적이며, 거래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낭비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트코인은 추적이 어렵다 보니 불법행위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자금 세탁이 이뤄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비트코인 가격 전망에 대해 "암호자산(암호화폐)은 태생적으로 내재가치가 없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날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트코인의 시가 총액이 1조달러(약 1110조7000억원)를 돌파했다며, 이 총재에게 비트코인 가격 급등의 배경을 물었다. 이 총재는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헤지(회피) 수단으로 고려하거나, 최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가 대량으로 구입, 일부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매매 중개 서비스 개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급등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지난 8일 공개된 '테슬라 2020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올해 1월 기업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총 15억달러(약 1조68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샀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수 소식이 전해지자 개당 3만9000달러(약 4300만원) 선을 횡보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한순간에 4만5000달러(약 5000만원)까지 급등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주식거래 자금이 급감하고, 자산이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비트코인 가격이 왜 비싼지 이해하기 어렵다. 옐런 미 재무장관도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경고를 했다"며 현재 비트코인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새로운 가치저장 수단을 찾아 이동함에 따라, 최근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 과열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월22일 5만8332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후 급락하고 있다. 기사 작성 시점인 23일 오후 6시30분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14% 하락한 4만5000달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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