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피터의 모닝 커피 브레이크'를 진행하는 정석문 코빗 사업개발 담당 이사(피터). 출처=코빗 유튜브
유튜브에서 '피터의 모닝 커피 브레이크'를 진행하는 정석문 코빗 사업개발 담당 이사(피터). 출처=코빗 유튜브

호로록, 커우”. 영상 속 커피를 마시는 소리가 인상적인 한 남자의 경력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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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애널리스트나 주식 전문 유튜버가 아니다. '피터의 모닝 커피 브레이크'를 진행하는 정석문 코빗 사업개발 담당 이사(피터)가 그 주인공이다. 새벽에 발생한 외국 암호화폐 시장 소식과 그에 대한 분석을 조곤조곤 전달한다. 다른 암호화폐 유튜버처럼 가격 차트를 분석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많을 때는 한 편당 조회수가 1만회를 넘기도 한다.

거래소 임원이 유튜브를 찍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정 이사는 "암호화폐를 공부하고 싶다는 수요는 많은데 올바른 정보 제공처는 없고 오해와 잘못된 뉴스만 난무하는 현실 때문이었죠"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연초부터 (코빗 차원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내보내려는 시도를 해왔어요. 본격적으로는 지난해 8월 김유성 PD님이 합류하신 후 9월부터 단독으로 채널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 코빗은 가장 적극적으로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코빗 애플리케이션(앱) 채널 섹션에서 바로 유튜브로 갈 수 있다.

코빗 거래소 앱에서 '채널'을 누르면 바로 유튜브 콘텐츠로 이동할 수 있다. 출처=코빗 거래소 화면 캡처
코빗 거래소 앱에서 '채널'을 누르면 바로 유튜브 콘텐츠로 이동할 수 있다. 출처=코빗 거래소 화면 캡처

코빗 유튜브 채널의 첫 콘텐츠는 '코알못 가이드'였다. 암호화폐를 전혀 모르는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개념부터 오해와 진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인 이유 등을 설명했다. 어느 정도 암호화폐 시장에 입문을 한 사람들 대상으로 '코인클라쓰'를 선보였다. 킬러 콘텐츠 ‘피터의 모닝 커피 브레이크’가 나온 건 사실 채널이 생긴 지 좀 지나서였다.

"유튜브를 운영하다보니 밤에 일어난 해외 소식을 알고 싶어하는 수요를 포착했습니다. 이를 겨냥한 김PD님의 제안으로 ‘피터의 모닝 커피 브레이크가 탄생하게 됐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가 됐습니다.

지금 대부분 유튜브 콘텐츠가 해외 기사를 읽어주는 형식에 그치는데 ‘모닝 커피 브레이크’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자는 사이 발생한 소식을 깊이 있게 해설합니다. 특정 이슈를 깊게 파고든다는 점에서 ‘코인클라쓰’와 겹칠 수도 있지만 ‘코인클라쓰’가 월간지라면 ‘모닝 커피 브레이크’는 일간지 느낌입니다."

정 이사는 가격을 예측하거나 차트를 분석하진 않는다. 대신 특정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요인을 투자자 스스로 분석하도록 돕는다.

사실 가격은 변수가 많아 단기적으로 예측하기도 힘듭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영상 콘텐츠는 가격 전망 제시에만 파묻혀 있어요. 장기투자를 위해선 투자자 스스로 그 업계 본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어로 된 콘텐츠에는 그런 내용이 부족해요.”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우선 관심 갖는 부분은 저점 매수 시점 등이다. 특히 정석문 이사는 금융권과 암호화폐 산업을 두루 경험한 만큼 정확한 시점을 짚어주지 않을까? 그런 기대로 질문을 던지자 "인생은 길어요. 다들 왜 그렇게 급하게 수익을 내려는지 모르겠어요"라는 꾸중 아닌 꾸중을 들었다. 수익을 내려면 적립식으로 장기투자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4년만 버티면 됩니다. 2017년 고점에서 물렸던 분들도 올해는 다 수익을 봤습니다. 온종일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만 볼 게 아니라면 결국 ‘존버’가 답이에요. 매입 원가 평균법(DAC; 주식을 일정 기간 나눠 매입함으로써 매입 평균 단가를 낮추는 투자 방법)을 추천합니다."

이번 답변은 왜 코빗 유튜브 콘텐츠가 산업 본질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는지와도 연결된다. 비트코인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가격 자체에만 현혹되기 쉽다는 의미다. 주식 시장 전문가들도 '신념을 갖고 투자하라'는 조언을 내놓는다. 비트코인 투자도 주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주식 투자와 비트코인 투자 간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기관투자자 비중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증권사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통해 투자하려는 상품을 기관이 얼마나 매수·매도했는지 제공하는 것과는 다르다. 정 이사는 "우리나라 법인은 (거래소) 원화 입금이 불가능해서 그래요"라고 답했다.

정석문 코빗 사업개발 담당 이사. 출처=코빗 제공
정석문 코빗 사업개발 담당 이사. 출처=코빗 제공

"최근 기관이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는 소식은 사실 다 해외 뉴스에요. 우리나라는 법인명으로 거래소 계좌 개설이 불가능합니다. 은행에서 열어주질 않기 때문이죠. 이를 규제하는 법이 있는 건 아니고요, 금융감독원도 '은행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만 합니다.

은행의 사업적 결정인 거죠. 개인 자금세탁방지(AML)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있는데 법인으로 확대하려면 추가로 구축해야 합니다. 노력 대비 먹을 게 별로 없다고 (은행이) 판단한 것 같아요."

비트코인이 투자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일반 카페에서 비트코인으로 커피 한 잔을 구매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정 이사는 "비트코인을 정의하는 단어 중 가장 쓰지 말아야 할 단어가 '화폐'입니다. '네트워크'라고 해야 해요"라며 강조했다. 

"비트코인은 연관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회원권에 가깝습니다. 초창기 비트코인 네트워크 가입자가 얼마 없을 때는 가치가 없었지만 이제는 그 가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메트칼프의 법칙(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그 비용은 직선적으로 증가하지만 네트워크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내용)을 따르는 거죠. ‘디지털 금’으로서의 가치도 있으면서 IT 회사로서의 면모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네트워크라니. 처음에는 물음표가 떠올랐지만 최근의 화두인 '프로토콜 경제'를 생각하니 설명이 이해가 됐다. 프로토콜 경제는 공동의 규칙을 블록체인 스마트계약에 담고 플랫폼에 기여한 정도에 비례해 토큰으로 자동 보상하는 시스템이다. 그러고 보니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를 외치며 탄생했다.

사이퍼펑크(Cypherpunk: 컴퓨터와 암호기술로 정부의 검열과 통제에 저항하는 자유주의 운동)로 시작된 비트코인이 월가로 흡수되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까. 정 이사는 "월가도 돈 버는 집단이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면 투자 상품을 제공하는 것뿐이죠.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반길 만한 일입니다."

2020년 해외 기관투자자가 본격적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인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 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달러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일종의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택한 것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금을 달러가 대체한 것처럼 비트코인이 달러의 패권을 찬탈할 수 있지 않을까. 정 이사는 "흥미로운 질문"이라며 노트북에 그래프 하나를 띄웠다. 특정 물품이 수집품 - 가치 저장소 - 교환 매개체 - 가치 측정 수단을 거쳐 화폐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래프였다.

"수집품에 불과하던 금이 화폐로 인정받기까지는 100년이 걸렸습니다. 비트코인은 12년 만에 가치 저장소 단계까지 왔지만, 화폐가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금을 비롯한 화폐 후보들이 가치 저장소에서 교환 매개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치가 크게 뛰었습니다. 비트코인도 그 가치가 1000배 정도 뛸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살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반면, 법정화폐는 해마다 2%씩 가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계속 돈을 풀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법정화폐 시대'에 태어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입니다."

비트코인이 화폐 되기까지의 과정을 나타낸 그래프. 출처-로버트 브리드러브 패럴랙스 디지털 최고경영자(CEO) 미디엄
비트코인이 화폐 되기까지의 과정을 나타낸 그래프. 출처-로버트 브리드러브 패럴랙스 디지털 최고경영자(CEO) 미디엄

유튜브 얘기로 시작된 인터뷰가 투자, 네트워크, 금융 등으로 넓어졌다. 암호화폐 유튜버가 되려면 여러 분야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정 이사의 생각이다. 그가 암호화폐 유튜버 지망생에게 내준 과제는 상당히 고난도였다.

"스마트 계약, 블록체인, 탈중앙화처럼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용어를 쓰지 않고서도 비트코인 개념을 설명할 줄 알아야 해요. 비트코인이 IT뿐 아니라 경제, 금융을 아우르는 학문인데 우리나라 콘텐츠는 IT 관점에서만 내용을 정리하고 있어요.

일반인들은 샤딩이나 해시레이트 같은 단어를 들으면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미국은 전문 용어 없이도 암호화폐가 무엇인지 풀어쓴 콘텐츠가 많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미친 사람처럼 여러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합니다."

시청자와도 이런 생각들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그 생각에 라이브 방송을 제안했다. 이에 정 이사는 "초창기 200~300명이 구독했을 때는 라이브에 20명만 들어왔던 적이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구독자가 늘어나서 다시 하면 어떨지 모르겠네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함지현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라는 명언을 알면서도 늘 반대로 하는 개미 투자자이자 단타의 짜릿함에 취해 장투의 묵직함을 잊곤 하는 코린이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이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게끔 시장 이슈를 보다 빠르고 알차게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투자의 대부분은 BTC(비트코인)와 ETH(이더리움)입니다. 현재 이더리움 확장성 개선 프로젝트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SOL(솔라나), ROSE(오아시스 네트워크), AVAX(아발란체), RUNE(토르체인) 등에 고등학생 한 달 용돈 수준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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