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그레이스케일 페이스북 캡처
출처=그레이스케일 페이스북 캡처

미국의 디지털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운영하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기반 투자상품들은 최근의 전례 없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암호화폐에 간접 투자하길 원하는 기관투자자를 위한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기반 투자상품으로 지난해 4분기에만 33억달러를 모았다. 그레이스케일이 지난해 말 공개한 총 운용자산(AUM)은 188억달러(약 20조4800억원)에 달한다.

박종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19일 오후 '블록체인 산업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가상자산업권법TF' 1차 세미나에서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GBTC)의 구조와 이를 둘러싼 규제 환경을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은 장려하되 가상자산(암호화폐) 발행·유통은 금지한다'는 기조를 고수하는 한국 규제당국과 달리, 미국은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법적·규제적 토대를 일찍이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미국에선 규제당국이 비트코인은 상품(commodity)이지 증권(security)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기에, 증권거래위원회(SEC) 인가가 아닌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인가를 통한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가능하다"면서 "GBTC와 같은 투자신탁 상품 또한 이같은 전제 아래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박 변호사는 "국내에는 그레이스케일이 수탁기업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레이스케일은 운용사 역할을 담당하고, 별도의 수탁기업이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GBTC에 참여하는 주요 행위자는 아래와 같다.

  • 펀드 운영을 주도하는 델라웨어주 기반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
  • 펀드가 발행한 주식을 수탁하는 신탁 기업 '델라웨어 트러스트 컴퍼니'
  • GBTC가 거래소 등을 통해 매입한 비트코인을 콜드월릿에 보관하는 수탁 기업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트러스트 컴퍼니'

이들은 모두 당국의 규제 아래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탁 기업인 '델라웨어 트러스트 컴퍼니'는 델라웨어주의 신탁업 인가 제도의 규제를 받는다. 반면 수탁 기업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트러스트'는 뉴욕주 금융감독청의 '비트라이선스' 제도가 적용된다.

그레이스케일 GBTC 구조와 관련 규제 분석. 출처=박종백/법무법인 태평양
그레이스케일 GBTC 구조와 관련 규제 분석. 출처=박종백/법무법인 태평양

이외에 SEC에 브로커딜러로 등록된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도 GBTC에 참여한다. 이 기업은 투자자의 신주 발행 요청을 100개 단위로 그레이스케일에 전달하는 지정판매사(AP, Authorized Participant) 역할, 발행된 펀드를 투자자에게 전달하는 디스트리뷰터(distributor) 등 역할을 수행한다.

그레이스케일 GBTC 구조와 관련 규제 분석. 출처=박종백/법무법인 태평양
그레이스케일 GBTC 구조와 관련 규제 분석. 출처=박종백/법무법인 태평양

GBTC 발행에 참여하는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당국의 규제를 받는다. 투자자 보호는 주로 SEC의 규정에 따라 이뤄진다.

우선 사모 시장(primary market)의 경우 적격 기관투자자와 연소득 20만달러 이상, 또는 총 자산 100만달러 이상의 개인투자자만이 참여할 수 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SEC가 요구하는 특정 사항에 대한 보고 의무와 6개월의 전매 제한 의무 등을 준수한다는 조건 아래,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고도 펀드를 발행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원래는 1년 전매 제한이 원칙이나 증권법 144조와 증권거래법 13조 등에 따른 SEC 보고 의무 준수를 조건으로 6개월로 단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사모 시장에서 GBTC를 구매한 기관과 전문 투자자는 6개월 뒤부터 이를 일반 투자자에게 팔 수 있다. 다만, SEC와 함께 브로커딜러 승인과 신청을 주로 관장하는 자율규제기구인 FINRA(금융산업규제기구, Financial Industry Regulatory Authority)의 승인을 받은 장외거래(OTC) 플랫폼을 통한 거래만 허용된다.

그레이스케일 GBTC 구조와 관련 규제 분석. 출처=박종백/법무법인 태평양
그레이스케일 GBTC 구조와 관련 규제 분석. 출처=박종백/법무법인 태평양

박 변호사는 한국에서도 GBTC와 같은 상품 운용이 가능하려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에 대한 정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를 무형의 동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자본시장법상 재산적 가치를 지닌 투자 대상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등이 불명확하다는 이야기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부수 업무로 암호화폐 보관과 임치 등을 하는 것도 막혀있다. 박 변호사는 "당국이 일반 기업이나 암호화폐 거래소의 수탁 업무는 가능하다고 보더라도, 유권해석과 규제 샌드박스 허용 현황 등을 봤을 때 여전히 (수탁이) 은행의 부수 업무에 해당한다고는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집합투자업자의 가상자산 투자 펀드 등록과 신탁 기업의 비트코인 매수, 증권사의 펀드 수익 증권 판매, 금융사의 수익 증권 투자 등이 가능한지도 논란거리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정무위원회 간사), 코인데스크코리아, 한국블록체인협회가 공동주최했다. 가상자산업권법TF 세미나는 총 4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발표자료는 여기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정인선 기자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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