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법률상담소. 이미지=금혜지

 

질문 :

 

 

“비트코인 거래소 계정 있으신 분들 아르바이트 가능합니다. 수당 지급은 당일 지급해드립니다. 정상적인 장외 거래 아르바이트입니다”

이런 글을 보고 아르바이트 신청을 했습니다. 제 거래소 계정으로 1,000만원이 입금됐고, 저는 그 돈으로 이더리움을 사서 요청 받은 암호화폐 지갑 주소로 전송했습니다.

며칠 뒤에 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됐으니 수사를 받으라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사진=한서희 제공

 

 

한서희 변호사(법무법인 바른)의 답변 :

우선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보이스피싱은 범죄자들이 피해자를 상대로 어떤 대포 통장 등에 입금을 요구한 후 그 돈을 인출해 나감으로써 성립되는 범죄입니다.

형법상 사기에 해당하는데, 최근에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법인계좌를 이용하여 보이스피싱을 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질문자와 같은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합니다.

그 이후 사기범들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거래소 법인계좌 번호를 불러주면서 돈을 입금하라고 요구합니다. 한편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사람은 거래소에 있는 자신의 계정으로 이 돈이 입금되면 설명받은대로 암호화폐로 바꾼 뒤, 요청받은 암호화폐 지갑 주소로 전송합니다.

암호화폐 지갑 주소의 특성상 소유자를 알 수 없어 사기범이 잠적하기 좋습니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입니다.

 

 

 

 

출처=경찰청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 캡처
출처=경찰청 보이스피싱 예방 광고 캡처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사람은 수수료를 벌고자 구매대행을 한 것이고 어찌보면 허위 광고에 속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것이 되기 때문에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우선 보이스피싱 범죄 자체가 사기에 해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를 매수해서 전송해주는 역할을 한 경우에는, 사실상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환전책의 업무를 수행한 것이 됩니다.

만일 질문자께서 이런 보이스피싱 사기에 고의로 가담한 것이라면 물론 사기의 공동정범 내지 적어도 사기의 방조범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허위광고에 속은 경우라면 또 다른 사기의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사기의 고의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여서 사기범이 아니라는 점을 소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소명이 받아들여진다면 경찰 조사 결과 '혐의 없음' 처분을 받겠지만, 애시당초 이런 범죄에 연루되지 않는 편이 훨씬 바람직했을 것입니다.

최근 한 보이스피싱 통장 대여자에 대한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재판부는 이렇게 판결했습니다.

 

 

"계좌를 빌려줄 경우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통 사람이라면 예상할 수 있었던 데다, 입금된 돈을 직접 출금해 인출책에게 전달해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

이렇게 구매대행자를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사례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출처=법무부 정책블로그 '행복해지는법' 캡처
출처=법무부 정책블로그 '행복해지는법' 캡처

 

 

한편, 암호화폐 거래소와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피해자는 자신의 돈을 거래소 계좌로 입금한 뒤에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은행에 피해구제 신청을 하게 됩니다.

이후 은행은 해당 계좌 전체에 대하여 지급정지를 합니다. 그러면 지급정지를 당한 계좌주(거래소)는 사업상 상당한 곤란을 겪게 됩니다. 계좌주는 아무 잘못도 없이 계좌정지를 당한 후, 지급정지를 풀기 위해 은행에 사기 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하여 지급정지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거나 피해자의 피해신고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이 없음을 소명하기 위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계좌주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거나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이 제기되면 그 이후 계좌주에 대한 지급정지는 해제됩니다(채무부존재확인소송이 진행 중일 경우에는 피해신고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지급정지 절차가 해제됩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수수료를 벌겠다고 자신의 거래소 계좌를 통해 암호화폐를 대신 매수해주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됩니다.

그러한 행위를 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시고, 수수료 알바 등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서희 한서희 파트너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의 4차산업혁명대응팀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을 맡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자문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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